테러리스트 아닌 '이슬람 운동단체'로 지칭…정치권 일각 "테러 일반화에 가담"
AFP "'테러리스트' 고도로 정치적·감정적인 용어"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프랑스 대표 통신사 AFP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테러리스트가 아닌 '이슬람 운동 단체'로 표기하는 것을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29일(현지시간) 프랑스 일간 리베라시옹에 따르면 집권 여당 르네상스 소속의 뱅자맹 그리보 전 파리 시장 후보는 지난 28일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AFP를 겨냥해 "이제 충분하다"며 "하마스는 '팔레스타인 운동'이 아니라 테러리스트 조직"이라고 성토했다.
AFP가 하마스를 테러 단체가 아닌 팔레스타인 이슬람 운동단체로 지칭하는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우파 공화당(LR) 소속의 스테판 르 루둘리에 상원 의원 역시 AFP가 "테러리즘의 일반화"에 가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 의원도 전날 프랑스3 방송에 출연해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프랑스에서 이슬람주의에 대한 "안일함"을 드러냈다며 AFP를 저격했다.
르펜 의원은 "공적 자금으로 운영되는 주요 통신사인 AFP가 하마스를 테러리스트로 부르기를 거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AFP는 2016년 기준 운영자금의 약 3분의 1을 국가로부터 지원받고 있으며, 나머지는 프랑스 및 외국 언론사의 구독료로 충당하고 있다.
정치권 일각의 이런 비판에 AFP는 28일 장문의 성명을 내 "편견 없이 사실을 보도한다는 사명에 따라 AFP는 직접 인용하거나 출처가 있지 않은 한 운동이나 단체, 또는 개인을 테러리스트라고 표현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 보도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이런 오랜 정책과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AFP는 "2001년 미국의 9·11 공격, 2015년 파리 공격, 2019년 스리랑카 부활절 폭발 사건" 등을 예로 들며 "AFP는 과거와 현재를 막론하고 이러한 행위를 저지른 가해자를 '테러리스트'라고 표현하지 않는다. 이는 우리 동료들이 살해당하는 상황에서도 굳건히 지켜온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AFP는 "테러리스트라는 용어는 고도로 정치적이고 감정적인 용어"라며 "많은 정부가 국내 저항 세력이나 반대 운동을 테러 조직으로 낙인찍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넬슨 만델라의 예를 들며 "테러리스트로 낙인찍힌 많은 저항 운동이나 개인들은 국제적으로 포용 됐고, 해당 국가의 주류 정치 지형의 일부가 됐다"고 짚었다.
앞서 영국에서도 공영 방송 BBC가 '객관성 유지'라는 설립 원칙에 따라 하마스를 테러리스트가 아닌 '무장세력'이라고 지칭했다가 정치권 일부와 유대계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이에 BBC는 지난 20일 하마스에 대한 "기본" 용어로 더는 '무장 세력'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영국 정부 및 기타 국가에 의해 테러 조직으로 금지된" 그룹으로 표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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