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발전기용 연료 바닥…1차 의료시설 3분의 2가 운영 중단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보복 공습을 단행한 이후 이 지역 병원의 3분의 1이 연료부족 등 극도로 열악한 여건 속에 문을 닫은 것으로 파악됐다.
30일(현지시간)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의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전날 기준으로 가자지구 내 병원 35개 가운데 12개가 운영을 중단했다.
이는 지난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공습을 받은 이스라엘이 곧바로 보복 대응에 나선 이후 가자지구 일대에 발생한 전력난에 기인한 바가 크다고 OCHA는 분석했다.
이스라엘군의 봉쇄정책으로 가자지구는 지난 11일 이후 전력 공급이 완전히 끊긴 상태다. 각 병원은 필수적인 의료 시설과 장비를 운용하기 위해 비상발전기로 전력을 공급했지만 연료가 바닥나면서 가동 불능 상태가 된 병원이 속출한 것이다.
응급 의료 및 초기 진단 서비스를 제공하는 1차 진료소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OCHA는 가자지구 내 1차 진료소 72개 중 46개가 문을 닫은 상태라고 전했다. 가자지구에서 병원의 3분의 1, 1차 진료소의 3분의 2가 기능을 잃은 셈이다.
국제사회는 지난 21일부터 물과 식량, 의료용품 등 긴급 구호품을 가자지구에 들여보내고 있지만 연료 반입은 이스라엘의 반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하마스가 연료를 전용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력공급이 끊긴 상태에서 과부하가 걸린 병원 비상발전기도 고장이 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예비 부품 역시 부족해 지속가능한 방안이 못 된다는 지적이 많다.
전황이 격화하면서 의료시설 안전에 직접적인 위협이 가해지는 점도 병원 운영률이 급격히 감소하는 원인이다.
가자지구 북부의 알아흘리 병원에서는 지난 17일 폭발 참사로 수백명이 사망한 데 이어 전날 알쿠드스 병원 인근에 이스라엘군 공습이 3차례 잇따르면서 시설 운영에 심각한 위협을 줬다.
이런 가운데 현지 의료인들의 이탈 현상도 심화했다. OCHA는 가자지구 보건부를 인용해 현지 병원들이 평상시 의료 인력의 3분의 1만으로 의료시설을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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