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위성 영상 분석…"건물 무너지고 곳곳 폭발 흔적"
"극비리에 지상전 개시"…도시 외곽서 포위망 굳히나
"예상과 달리 점진적 지상작전 펼쳐…전략적 모호성 유지"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에 투입된 이스라엘 지상군이 가자지구 최대 도시인 가자시티를 3면에서 둘러싼 채 빠르게 포위망을 좁혀가는 모양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현지시간으로 30일 오전 민간 위성업체 '플래닛랩스'가 가자지구 북쪽 이스라엘 접경지역을 찍은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수백 대의 탱크와 장갑차들이 국경을 넘은 모습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이스라엘군 기갑부대가 수십 대씩으로 나뉘어 가자시티 변두리의 시가지에 진입했다고 전했다.
가장 깊이 진입한 부대는 가자시티 북쪽의 알카라마 지역까지 밀고 들어갔으며, 이스라엘군이 집결한 장소와 멀지 않은 주변 거주구역은 폭격이나 포격을 당한 흔적이 역력했다.
주택과 도로 등 곳곳에는 폭발로 생긴 구덩이가 패어 있었고, 아파트가 완전히 무너지는 등 건물 피해도 심한 수준으로 평가됐다.
NYT는 "이 지역은 가자시티로 향하는 이스라엘 탱크와 여타 차량이 이동하는 3개 방면 중 하나"라면서 "가자지구 남북을 잇는 주(主)도로와 가자지구 북동쪽 베이트 하논에서도 기갑차량 행렬이 포착됐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를 종단하는 살라 알딘 고속도로를 따라서도 가자시티 가까이 바짝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군은 취재진에게 "알아즈하르 대학 구역에서 대전차 미사일 발사진지를 발견해 전투기의 폭격을 유도했다"고 밝혔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알아즈하르 대학은 가자시티 바로 남쪽에 있다. 현지 주민들은 이 구역에서 이스라엘 병사를 봤다는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리고 있다.
이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진격하던 이스라엘 탱크와 병력이 남쪽에서도 가자시티 교외에 진입했으며, 항공 폭격을 유도할 수 있을 정도로 하마스 목표물에 가까이 접근했다는 의미라고 WP는 분석했다.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기자회견에서 "우리 군의 활동을 확장했으며, 보병과 기갑부대, 전투공병부대, 포병부대 등을 포함한 추가 병력이 가자지구에 진입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가자지구 내부에서 전투가 계속되면서 지상의 우리 군과 테러범 간에 직접적 접촉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하가리 소장은 살라 알딘 고속도로의 넷자림 교차로에서 이스라엘군 탱크가 민간인이 탄 승용차를 공격해 일가족이 목숨을 잃었다는 팔레스타인 언론인의 주장과 관련해선 언급을 거부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27일 가자지구에 대한 지상전을 개시했으며, 가자시티 교외 진입은 현재까지 알려진 이스라엘군의 움직임 중 가자지구에 가장 깊숙이 진격한 것이다.
NYT는 이스라엘의 지상전 개시가 철저한 비밀 속에 진행돼 바깥 세계에서는 수시간 뒤에야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 있을 정도였다고 보도했다.
미국 고위 당국자에 따르면 당시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의 인터넷과 이동통신 네트워크를 마비시킨 뒤 오후 6시께 탱크와 장갑차, 불도저, 보병, 공병 등을 가자지구 북부와 중부에 일제히 진입시켰다.
이어 하마스의 본거지인 가자시티에 대규모 폭격을 가해 하마스 무장대원들이 땅굴 네트워크에 숨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조성했고, 이후 가자시티를 세 방면에서 압박하고 있다.
다만, 이스라엘군은 가자시티 내부에서 직접적으로 교전을 벌이는 대신 도시 외곽에 머무르며 포위망을 굳히는 모습이다.
하마스와의 위험천만한 시가전에 나설 시기를 저울질하면서 군사적 선택지를 남겨두려는 모습으로 보인다.
NYT는 "침공 개시로부터 사흘이 지나는 동안 이스라엘군은 처음 예상됐던 것보다 점진적인 지상작전을 펼쳐 (세간의) 전망과 다른 모습을 보이면서 (지상전 개시 당시와) 유사한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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