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말문 닫아버린 가자 세 살배기…"매일매일 더 나빠져"

입력 2023-10-31 16:16  

[이·팔 전쟁] 말문 닫아버린 가자 세 살배기…"매일매일 더 나빠져"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 "어린이 사망, 부수적 피해일 수 없어"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지상전 강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이미 3주 넘게 공습에 시달려온 가자 주민들의 인도주의 위기는 날로 심화하고 있다.
CNN방송은 30일(현지시간) 공습으로 다쳐 16일째 말문을 닫아버린 3살 소녀 조디의 사연을 전했다.
조디의 가족이 가자시티 북부 알 카르마 타워의 집을 떠나 더 안전할 것으로 예상되는 세이크 라드완으로 피란하던 중 이스라엘의 공습이 그들 바로 옆의 자동차를 덮쳤다.
공습으로 인해 다친 조디는 현재 여전히 머리에 포탄 파편이 박힌 채 붕대를 감고 가자시티의 알-시파 병원 침대에 누워있다.
조디는 지난 16일 동안 말을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고 조디의 아버지는 전했다.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이번 전쟁으로 인한 사망자가 전날까지 8천5명으로 늘었다.
국제아동권리 비정부기구(NGO)인 세이브더칠드런 집계에 따르면 이번 전쟁에서 가자지구 어린이 사망자는 3천195명에 달했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민간인들에게 공습을 피해 북부를 떠나 남부로 피란하라고 통보했다.
그러나 떠날 수 없는 사람이 많은 데다 남쪽에서도 공습이 이어지고 있어 피란길도 안전하지 않다.
가자시티 북쪽의 베이트 하눈 출신 13세 소녀 할라 빈 나임의 가족은 지난 7일 집을 떠나 남쪽으로 향했다.
베이트 하눈은 이스라엘군이 대피령을 내린 지역에 포함됐다.
이스라엘군의 명령을 따랐지만, 할라의 가족은 이스라엘의 공습을 피하지 못했다.
할라는 CNN에 올케들이 지난 11일 공습으로 사망했으며 여동생과 조카도 부상했다고 전했다.
할라는 "평화롭게 있다가 갑자기 쾅 하는 소리가 들렸다"며 "갑자기 모든 것이 무너졌다"고 말했다.
이어 "정말 무섭다"며 "전쟁이 끝나고 정상적인 삶을 살고 싶다. 우리가 이기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데이르 알발라 난민 캠프에 머무르고 있는 할라는 "어린 아이들이 마실 적은 양도 구하기 힘들고 빵을 사기 위해 매일 빵집 앞에서 5∼7시간 동안 기다린다"며 "상황이 날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주민들이 한계 상황에 몰리면서 최소한의 사회적 질서가 무너지고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 지난 28일 주민 수천 명이 데이르 알발라 등 가자지구 중부와 남부에 있는 몇몇 유엔 구호품 창고에 난입해 밀가루와 비누 등을 약탈해갔다고 밝혔다.
UNRWA의 토마스 화이트 국장은 CNN에 가자지구의 "사회 조직"이 무너지고 있다며 현 상태가 지속되면 가자지구에서 활동을 계속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위기가 재앙 수준으로 치닫자 유엔 구호단체들은 구호체계 실패를 경고했다.
구호단체들은 현 수준의 구호 물품으로는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수요를 충족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구호물품 반입을 위해 국경을 추가로 개방하고 반입량도 늘려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UNRWA의 필립 라자리니 집행위원장은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이스라엘 공습으로 사망한 수천 명의 어린이는 부차적인 피해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라파 국경을 통과하는 소수의 트럭은 가자에 갇힌 200만명 이상의 (인도주의적) 수요를 고려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전례없는 인도주의적 요구에 맞춰 공급의 흐름을 의미 있게 만들려는 정치적 의지가 없다면, 가자지구 구호 시스템은 실패할 것"이라고 했다.
dy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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