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살아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10월 수출액은 550억9천만달러로 작년 같은 달보다 5.1% 늘어났다. 12개월 연속으로 전년동월 대비 감소세를 이어가다가 지난달 플러스로 전환하며 부진의 흐름을 일단 끊어냈다. 무역수지도 5개월 연속 흑자다. 특히 20개월 만에 수출 증가와 무역수지 흑자를 동시 달성하면서 이른바 불황형 흑자라는 꼬리표도 뗐다.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산업생산과 소비, 투자가 전월 대비 트리플 증가를 나타낸 데 이어 성장을 주도하는 수출까지 반등 신호를 보이면서 하반기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무엇보다도 수출의 양대 축인 '반도체'와 '중국'의 반등 효과가 컸다. 주력 품목인 반도체 경기가 회복 기미를 보이고 최대 교역국인 중국으로의 수출이 개선된 것이 플러스 전환의 주된 요인이었다. 반도체는 한국 전체 수출의 약 20%를 차지한다. 특히 총수출의 23%인 대중국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33.4%(2022년)다. 단일품목이 대중국 수출, 나아가 전체 수출을 좌지우지하는 구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도체 10월 수출은 89억 달러로 전년동월 대비 3.1% 감소했는데, 이는 올해 최저 감소폭이다. 앞으로 수급 개선이 가속화하고 반도체 가격도 상승세여서 수출 개선 흐름에 탄력이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반도체의 온기가 퍼지는 가운데 다양한 수출 품목으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자동차(전년동월 대비 19.8% 증가)가 16개월 연속 수출 증가세를 보인 데 이어 일반기계(10.4%), 가전(5.8%), 선박(101.4%), 디스플레이(15.5%), 석유제품(18%) 등도 뚜렷한 개선세다. 지역으로는 세계 주요 9대 수출 시장 중 6개 시장에서 수출이 늘었다. 대중국 수출은 작년 같은 달보다 9.5% 감소했지만, 감소율은 올해 가장 낮은 한 자릿수다. 지난해 바닥을 쳤던 중국 경제가 내수와 제조업을 중심으로 조심스러운 회복 기미를 보인 데 따른 것이다. 대미 수출은 101억달러로 역대 10월 중 가장 높았고, 대아세안 수출(106억달러)도 13개월 만에 플러스로 전환됐다.
우리 경제는 전형적인 수출주도형 성장 구조다. 수출이 반도체를 넘어 전반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4분기 경기개선 흐름을 견인한다면 정부가 공언해온 올해 한국경제의 '상저하고' 회복이 가시화할 전망이다.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앞으로 수출이 경제 상저하고 성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수출이 부진의 터널을 확실히 벗어나 '골든크로스'를 했다고 확언하기는 힘들다. 중동사태의 긴장 고조와 그에 따른 국제유가의 불확실성, 주요국 통화 긴축 장기화 등으로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탓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무력충돌이 확전되면 국제유가가 최악의 경우 배럴당 157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게 세계은행(WB)의 경고다. 지금은 수출이 분명한 회복세로 가느냐, 다시 주춤거리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봐야 한다. 정부는 성급히 낙관론에 안주할 때가 아니라 수출 회복의 불씨를 살려내기 위한 집중력을 발휘해야 한다. 금융·마케팅·해외인증 등 수출기업이 겪는 3대 애로사항을 중심으로 세제와 예산, 규제개선 등 전방위적 지원책이 시급하다. 지금이 골든타임이라는 각오로 총력 대응하지 않으면 어렵사리 살려낸 회복의 모멘텀을 자칫 실기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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