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하마스 충돌 발발로 가자 봉쇄된 지 25일만에 처음
팔레스타인 부상자들은 국경 인근 병원서 치료 후 가자로 복귀
"첫날은 테스트 형식…추후 국경 통과 인원 늘릴 듯"
(카이로·요하네스버그·이스탄불=연합뉴스) 김상훈 유현민 김동호 특파원 =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있던 외국 여권 소지자들과 부상자들이 1일(현지시간) '생명길' 라파 국경 검문소를 통해 이집트로 건너가기 시작했다.
그간 이 통로를 통해 가자지구로 구호품 차량이 들어가고는 있었지만, 사람이 빠져나온 것은 지난달 7일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쟁 발발 이후 25일만에 처음이다.
1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이날 이집트는 외국인 여권을 소지한 수십명의 팔레스타인 주민을 라파 검문소를 거쳐 자국으로 들여보내기 시작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현재까지 약 110명이 통과했고, 이들 중 일부는 속속 이집트에 도착했다.
현장에서 생중계된 영상을 보면 팔레스타인 쪽 터미널에 사람들이 다수 몰려드는 모습이 포착됐다.
유모차를 끄는 부모들과 노인들도 보였다.
이집트의 한 관리는 "가자지구를 오늘 탈출한 대다수가 여성과 어린이들"이라고 AFP 통신에 전했다.
이날 라파 검문소를 통해 빠져나오는 것이 허용된 전체 인원은 총 5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출국자는 미국, 일본, 호주, 불가리아, 인도네시아, 요르단, 이탈리아, 그리스, 오스트리아, 체코, 인도네시아 등 국적 보유자다.
한편 일부 팔레스타인인 부상자도 이날 이집트로 후송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치료 후 다시 가자지구로 보내질 전망이다.
아랍권 알자지라 방송은 "방금 구급차가 팔레스타인 주민 부상자를 이송하는 모습도 목격됐다"고 보도했다.
라파 검문소는 가자지구에서 이집트로 향하는 통로 중 유일하게 이스라엘이 통제하지 않는 곳이다.
전날 이집트 관영 매체 알카히라 뉴스는 이집트 당국이 심각한 부상자 치료를 위해 라파 국경 검문소를 개방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라파에서 45㎞가량 떨어진 이집트 엘아리시의 한 병원 관계자도 전날 "의료팀이 내일 가자지구에서 들어오는 환자들 검진을 위해 검문소에 간다"며 "환자들을 어느 병원으로 이송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라파에서 약 15㎞ 떨어진 시나이반도 북부의 셰이크주웨이드 마을에 팔레스타인 부상자 수용을 위해 1천300㎡ 규모의 야전병원이 들어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소식통은 "부상한 팔레스타인 주민은 야전병원이나 엘아리시 병원 등에서 치료를 받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이어 "가자지구에서 나온 외국 국적자는 각국 대사관이 국경에서 인계받아 곧바로 카이로 등지로 이동시키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그는 또 "첫날은 테스트 성격으로 일단 500명가량에만 국경 통과를 허용했지만 추후에 규모를 늘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편 무스타파 마드불리 이집트 총리는 가자지구에서 온 팔레스타인 난민의 입국을 허용하라는 일각의 요구에 대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영토와 주권을 보호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앞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전쟁 중인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난민을 이집트에 수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개전 이후 가자지구를 봉쇄해오던 이스라엘은 지난달 18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이집트를 통한 인도주의적 지원 공급을 방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이틀 뒤인 지난달 20일부터 현재까지 200대 이상의 구호품 트럭이 가자지구로 반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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