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저널서 '족벌주의' 문제 제기…딸 와제드 "관련 경력 쌓았다" 반박
(뉴델리=연합뉴스) 유창엽 특파원 = 셰이크 하시나 방글라데시 총리의 딸이 세계보건기구(WHO) 남·동아시아 국장으로 선출되자 일각에서 '엄마 찬스'가 활용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일 일간 힌두스탄타임스 등 인도 매체와 AFP통신에 따르면 자폐증 활동가 등으로 일해온 사이마 와제드(49)가 전날 인도 수도 뉴델리에서 열린 WHO 남·동아시아 국장 선거에서 압승했다.
남·동아시아 지역 11개 WHO 회원국 가운데 10개국이 참가한 선거에서 와제드는 8표를 얻어 2표 득표에 그친 네팔의 샴부 아차리아(65) 후보를 가볍게 제쳤다.
투표 결과는 내년 1월 제네바에서 열리는 WHO 집행위원회에서 승인받게 된다.
집행위 승인이 이뤄지면 와제드는 내년 2월부터 4년간 남·동아시아 국장직을 수행하게 된다.
다만, 이번 투표 결과가 나오자 와제드가 어머니 하시나 총리의 영향력에 힘입어 선출된 게 아니냐는 주장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앞서 영국 의학저널 랜싯은 지난 9월 와제드의 WHO 지역 국장 출마와 관련해 투명성과 족벌주의에 관한 문제가 제기된다면서 다른 나라들은 의학박사 등 박사 학위 소지자를 후보로 내세웠다고 밝혔다.
랜싯에 따르면 와제드는 올해 초 '방글라데시의 국부'로 평가받는 할아버지 셰이크 무지부르 라흐만의 이름을 딴 한 대학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AFP통신은 와제드가 국장 후보 신청서에 미국 플로리다주 배리대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고 적었고, 아차리아 후보는 워싱턴대 교수로서 30여년에 걸쳐 WHO 고위직을 맡아 일한 경험을 지니고 있다고 보도했다.
와제드는 랜싯의 족벌주의 관련 주장을 일축하며 자신은 방글라데시 정신건강계획 수립과 관련한 수석 고문으로 일해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내 경력을 의도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단순히 (총리인) 어머니의 딸이라는 점을 내세우는 것은 성차별주의적"이라고 덧붙였다.
2009년부터 집권 중인 하시나 총리의 지지자들은 와제드를 하시나의 잠재적 후계자로 여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와제드는 지난 9월 뉴델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셰이크 총리를 수행하는 등 여러 외교 무대에서 보폭을 넓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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