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업 가진 직장인·학생들, 무보수로 자발적 나서
주최 기관 따로 없어 예산 확보가 가장 큰 문제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올해로 18회째를 맞은 파리한국영화제를 굴러가게 하는 건 쟁쟁한 영화감독도, 스크린 속 화려한 스타들도 아니다. 영화를 사랑하고 한국 영화를 널리 알리고 싶은 자원봉사자들의 열정이다.
파리한국영화제 집행위원회의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한세정(38)씨는 2017년 처음 영화제와 인연을 맺었다.
문화 분야의 연구원이 본업인 그는 '문화 기획' 측면에서 영화제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선뜻 뛰어들었다.
한씨와 이전부터 영화제 일을 맡아 온 프랑스인 다비드, 마리옹 세 사람은 이때부터 한 팀처럼 움직이며 업무에 체계를 세워나갔다.
영화제 초청작품을 고르는 업무는 다비드가, 집행위 살림은 마리옹이 맡고 한씨는 그 외 모든 일을 책임졌다.
한씨 업무 중 핵심은 한국의 후원사들과 소통하는 일이다.
특정 기관이나 단체가 주최하는 영화제가 아니다 보니 예산이 가장 큰 난관이다. 상영관 대관료, 감독이나 배우 초청 비용 등 모든 걸 자체 조달해야 한다.
영화진흥위원회와 공공외교 기금에서 일부 지원을 받지만, 이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해 후원사들의 도움이 절실하다.
한씨는 2일(현지시간) 연합뉴스에 "처음 영화제에 참여했을 때 안정적인 예산이 없었다. 하면 할수록 들어오는 돈은 없이 나가는 게 더 많아서 그해에 허리띠를 많이 졸라맸다"고 말했다.
2년가량 아끼고 아껴 겨우 적자 구조는 면했다고 한다.
일반 영화관에 비해 저렴한 티켓 판매 수익은 다음 해 영화제를 준비할 '실탄'으로 쓰인다. 올해의 경우 약 1만2천명의 관객이 찾아야 수익을 맞출 수 있다.
이 가운데 자원봉사자 약 60명의 인건비는 '0'이다. 순수 열정으로 참여하는 셈이다.
변소영(27)씨는 자막팀 자원봉사로 참여해 올해로 벌써 3년째 영화제 일을 돕고 있다. 한국에서 영화를 공부했다는 변씨는 "회사 생활과 영화제 봉사 간 시간 조율이 힘들긴 하지만, 20회까지는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영화 팬인 조윤제(25)씨는 올해 1월 파리에 어학연수를 왔다가 한국 영화를 볼 좋은 기회다 싶어 자원했다. 조씨는 "올해 영화제에 단편 영화가 56편이나 준비돼 있는데, 프랑스 관객들에겐 다양하게 한국 영화를 접할 수 있는 좋은 통로인 것 같다"고 의미를 뒀다.
한씨는 2년 뒤 20회 영화제에는 더 많은 자원봉사자가 참여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한씨는 "20년이면 성년이 되는 해라 그동안 영화제가 어떻게 외형적으로 발전했고, 내면적으로 어느 정도 성숙했는지 고찰할 기회가 될 것 같아 20주년을 내실 있게 준비하려 한다"며 "더 많은 분이 참여해 업무 분담을 하면 좋을 것"이라고 희망했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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