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협상 실패시 무력 사용 언급…에리트레아 등 주변국 동요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 에티오피아가 홍해에 항구를 확보하기를 원한다고 밝혀 동아프리카 지역의 또 다른 분쟁을 촉발할 우려가 있다고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아비 아머드 에티오피아 총리는 지난달 13일 국영TV에서 방영된 한 다큐멘터리에 출연, 육지에 둘러싸인 에티오피아가 홍해에 항구를 가져야만 약 1억2천만명의 국민이 '지리적 감옥'에서 탈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홍해 왼편을 따라 이집트, 수단, 에리트레아, 지부티, 소말리아가 있으며 에티오피아는 이중 이집트를 제외한 나라들과 국경을 접한 내륙에 있다.
과거 이탈리아의 식민지였던 에리트레아는 1952년 에티오피아에 합병됐다가 30년에 걸친 투쟁 끝에 1993년 독립했다.
아비 총리 말대로 에티오피아는 해군과 2개의 항구(아사브, 마사와)를 보유한 해양 강국이었지만 에리트레아의 독립으로 이를 모두 잃었다.
아비 총리는 이제 역사적 잘못을 바로잡을 순간이라는 입장을 보이며 "사치가 아닌 에티오피아의 실존과 관련된 문제"라고 주장했다.
에티오피아 주변 국가들은 아비 총리의 이런 발언에 동요하고 있다.
소말리아의 대통령 보좌관은 "온 나라가 아비 총리가 미쳤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홍해 항구를 둘러싼 분쟁이 벌어지면 이미 혼란에 빠진 동아프리카 지역이 더욱 불안정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수단은 최근 역사상 최악의 인도주의적 위기를 겪는 국가들 가운데 하나다. 두 군벌 간의 내전으로 700만명 가까운 주민이 고향을 떠났다.
에티오피아는 가장 인구가 많은 북부 오로미아 지역과 서북부 암하라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반군에 맞서야 하는 상황이다.
아비 총리는 홍해 항구가 필요하다는 에티오피아의 요구가 이웃 국가들과의 평화적 협상을 통해 충족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아비 총리는 사석에서 회담이 실패하면 무력을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아비 총리는 방송을 통해 홍해 항구의 필요성을 밝힌 지 며칠 후에 군 열병식을 하며 러시아제를 포함한 신무기를 선보였다. 또 에티오피아군의 움직임이 에리트레아와의 국경 지역에서 감지되고 있다.
에리트레아가 에티오피아에서 독립했지만, 이후 국경선 획정 문제로 양측이 전쟁을 벌였다. 2000년 휴전에 합의했지만, 대치 상태를 지속했다.
에티오피아는 과거 보유했던 홍해 2개 항구를 통해 상품을 운송할 수 없게 됐다. 현재 대외 교역 물류의 90~95%를 지부티에 의존하며 매년 항만 사용료로 약 15억 달러(약 1조9천800억원)를 지불하고 있다.
아비 총리는 2018년 집권 직후 에리트레아와 평화협정을 체결해 20년 가까이 이어진 분쟁을 종식했다. 아비 총리는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2019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에티오피아는 전쟁이 끝난 이후 에리트레아에 분쟁 영토를 돌려주는 대가로 에리트레아의 항구들을 무관세로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실현되지 못했다.
에티오피아 일부 관리는 홍해 항구 확보를 위해 무력도 불사하겠다는 아비 총리의 발언에 대해 "국내 문제에 대한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것"이라며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그러나 아비 총리는 예측이 불가능하기로 악명이 높은 인물로 알려져 있다.
에티오피아 티그라이 지역 반군(TPLF)의 한 인사는 "아비 총리를 제외한 누구도 그가 진심인지 아닌지 확신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아비 총리는 3년 전 티그라이 지역에서 전쟁을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곧 이를 어긴 전력이 있다.
kms123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