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국적 일가족 5명 가자지구 탈출 '막전막후'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내 유일한 한국일 일가족 5명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26일 만에 라파 국경을 넘어 피신할 수 있었던 데는 우리 외교부와 이스라엘, 이집트 등 가자지구 주변국 대사관 등의 끈질긴 노력이 있었다고 김용현 주이집트 한국 대사가 밝혔다.
김 대사는 3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7천명이 넘는 가자지구 출국 대기자 중에서 한국인 가족이 국경 개방 후 이틀만에 일찌감치 빠져나온 것은 외교부 본부와 가자지구를 담당하는 이스라엘 대사관과 이집트 대사관 등이 밤낮으로 뛴 결과"라고 막전막후 상황을 전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해외 출장 중인 박진 외교부 장관은 직접 하마스와 연결되는 카타르 셰이크 모하메드 빈 압둘라흐만 알-타니 카타르 총리 겸 외무장관에게 한국인 가족의 여권을 보여주면서, 이들을 조속히 피신시킬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는 게 김 대사의 설명이다.
또 박 장관은 메신저앱인 왓츠앱을 통해 사메 수크리 이집트 외무장관과 직접 소통하고, 이스라엘 외교 장관 등과도 통화하면서 한국 국적자들의 국경 통과를 위해 힘써달라고 요청했다고 김 대사는 전했다.
이 밖에도 박 장관은 김 대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상황을 일일이 체크하고, 한국인 가족이 풀려난 뒤에도 직접 통화했다고 한다.
지난 10일께 가자지구 내 유일한 한국인 가족이 출국을 원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에는 팔레스타인을 관할하는 주이스라엘 대사관은 물론 주이집트 대사관도 별도의 팀을 꾸려 대응했다고 김 대사는 말했다.
양국 주재 한국대사관은 하루 500명 안팎으로 정해지는 국경 통과 허용 대상자 명단이 어떤 기준에 따라 정해지는지를 파악하고, 모든 외교 채널을 동원해 하루라도 빨리 한국인들이 명단에 포함될 수 있도록 뛰었다고 한다.
김 대사는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주요국과 접촉하고, 각종 외교 행사를 통해서도 정보를 수집했다"며 "그것을 토대로 이집트 외교부 영사국 부차관보 등에게 매일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전화를 걸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 대사는 "한국인 부부에게 7개월 된 어린 딸이 있다는 점과 분유와 약, 식량 등이 떨어져 간다는 상황을 호소했는데, 외교단 대상 브리핑에 나온 이집트 관리들이 그걸 기억하고 있어서 놀랐다"고 말했다.
한국인 가족은 2차 라파 국경 통과 명단에 포함돼 2일 가자지구를 벗어났는데, 전날 1차 국경통과자 대상자가 국제기구 직원 등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8천명에 가까운 대기자 중 가장 우선순위로 빠져나온 셈이라고 김 대사는 전했다.
우리 외교당국은 이슬람권의 휴일인 금요일이 되면 국경이 닫힐 수 있다는 경계감 속에 그 이전에 빼내는데 총력을 기울였다는 것이다.
2일 오후 이집트에 특별입국 형식으로 들어온 가자지구 한국인 가족은 72시간만 체류할 수 있다. 따라서 이들은 현지시간 5일 오전에는 출국해야 한다.
김 대사는 "한국인 가족이 안전하게 목적지인 한국까지 갈 수 있도록 끝까지 영사 조력을 제공하고 필요한 부분을 돕겠다"고 강조했다.
가자지구에서 이집트로 입국한 이들 한국인 가족 5명은 카이로에 있는 숙소에서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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