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비준 철회로 전 세계의 우려를 사고 있는 러시아가 되레 미국에 "조속히 CTBT를 비준하라"고 촉구했다.
아나톨리 안토노프 주미 러시아 대사는 3일(현지시간) 러시아 '채널1' 인터뷰에서 "미국이 빨리 잘못된 무기 통제 정책을 포기하고, 빨리 집단행동을 통해서만 세계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빨리 이 조약(CTBT)을 비준해야 세계 평화와 안보가 더 좋아진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전날 모든 핵실험을 금지하는 CTBT 비준을 공식 철회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하원·상원에서 채택된 CTBT 비준 철회 법안에 서명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러시아의 결정에 미국, 유럽연합(EU), 한국, 일본, 캐나다 등은 유감을 표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미국이 CTBT에 1996년 서명만 하고 비준은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똑같은 조치를 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안토노프 대사는 대사관 텔레그램을 통해서도 "미국이 1996년 서명한 이 조약을 비준했다면 현재 상황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러시아는 미국이 초래한 법적·정치적 불균형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가 2000년 CTBT를 비준하고 다른 나라들도 비준하기를 기다렸지만, 미국이 조약을 비준하지 않았고 다른 나라들도 '미국의 신호를 받아' 비준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세계적으로 핵무기 통제 체제를 강화하고 확장하는 것을 지지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모든 당사자의 이익을 동등하게 고려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가 CTBT에 서명한 만큼 그에 따른 모든 권리와 책임을 다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1992년 대통령령으로 제정된 자발적 핵실험 모라토리엄을 준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토노프 대사는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예고해온 '대반격'이 실제로는 일어나지 않았다고 평가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정책은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캐나다 러시아대사관은 캐나다 외교부가 러시아의 CTBT 비준 철회가 유감이라는 성명을 발표하자 "캐나다는 미국에 CTBT를 비준하라고 촉구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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