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누적 사망자 1만명 육박·어린이 10분에 1명꼴 숨져…병원·구급차·난민촌까지
한계 상황 지적에 생명줄 라파 통행로 열려…"구호품 턱 없이 부족"
美, 교전 일시 중단 제안에도…"전쟁범죄" 비판 속 이스라엘 '마이웨이'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유현민 특파원 =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으로 전쟁이 발발한 지 오는 7일(현지시간)로 한달이 되는 가운데 세계 최대의 '지붕 없는 감옥' 가자지구는 생지옥으로 변한 상태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지난달 7일 기습 공격에 대한 이스라엘의 대대적 반격으로 가자지구에서만 지금까지 1만 명에 육박하는 사망자가 나왔다. 이들 중 대다수는 민간인 희생자다.
이스라엘의 전면 봉쇄로 인도주의적 재앙이 현실화하자 연료를 제외한 구호품 반입이 뒤늦게 재개됐으나, 인도적 참사를 피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국제사회에서는 인도주의적 휴전 내지 교전 중지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하지만 하마스의 궤멸을 목표로 '피의 보복'에 나선 이스라엘은 "휴전은 없다"며 마이웨이 태세여서 비극의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 병원·구급차에 난민촌·학교까지…이스라엘군 공세 강화, 민간인 사상자 속출
사전 경고 없는 이스라엘군(IDF)의 가자지구 공습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지난달 28일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전쟁 2단계' 선언을 기점으로 본격화한 지상전 국면에서 무차별적 공습과 포격에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이스라엘군이 병원과 난민촌에 이어 학교까지 공습에 나서면서 민간인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양상이다.
5일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지난달 7일 이후 전날까지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숨진 팔레스타인인은 최소 9천488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어린이가 3천900명으로 전쟁 발발 이후 매 10분당 1명꼴로 숨진 셈이라고 알자지라 방송은 전했다.
국제사회도 병원, 학교, 심지어 난민촌까지 공습하는 이스라엘에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은 하루 평균 어린이 400명이 죽거나 다친다며 "이런 게 뉴노멀이 될 수 없다"고 자제를 호소했다.
유엔 인권사무소는 난민촌 폭격에 대해 "전쟁범죄에 해당할 수 있는 불균형적(과도한) 공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은 하마스가 민간인을 '인간 방패'로 삼기 때문에 생기는 부수적 피해라는 항변과 함께 강공을 지속한다는 입장이다.
미국이 일시적 교전 중단을 제안한 직후인 3일에도 구급차 공습 논란이 빚어졌다.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보건부는 가자시티 최대 의료기관인 알시파 병원 입구에서 중상자를 이송하던 구급차 행렬이 공습을 받아 15명이 숨지고 60여명이 다쳤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스라엘군은 "다수의 하마스 테러 공작원들을 공습으로 제거했다"며 폭격을 인정하면서도 하마스 조직원들이 사용하던 구급차를 식별해 공격했다며 민간인을 겨냥한 공격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 '생명줄' 라파 국경 통한 구호품 반입…'새 발의 피' 턱없이 부족
이스라엘이 전면 봉쇄한 채 보복 공습, 지상군 투입 등으로 공격 강도를 높이면서 가자지구는 한계 상황으로 떠밀리고 있다.
지난달 21일부터는 이집트 접경 라파 통행로를 통한 물과 식량, 의약품 등 일부 구호품의 반입이 전쟁 발발 이후 처음으로 허용됐다.
그러나 가자지구의 인도적 참사 위기를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하루에 반입되는 트럭 수가 초기 20대 안팎에서 최근 50대 안팎까지 늘었지만, 유엔은 적어도 하루 최소 100대 분량의 구호품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한다.
전쟁 전에는 하루 평균 500대의 트럭이 가자지구로 들어갔다.
이에 유엔 관계자들은 라파 국경을 통한 인도적 지원 규모를 '바다에 떨어뜨린 물 한 방울'이나 '부스러기' 등에 비유하며 더욱 대폭적인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더욱이 이스라엘의 봉쇄 장기화로 바닥을 드러낸 연료의 반입은 이스라엘의 반대로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현지 병원 가동 중단이 우려되는 등 인도주의 위기가 갈수록 커지는 양상이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가자지구 내 35개 병원 중 16개가 이스라엘군 공습과 연료 부족 등으로 운영을 멈췄다.
◇ 세계 곳곳 휴전촉구·비난 봇물에도 이스라엘은 '마이웨이'
가자지구에서 민간인 피해와 인도주의적 참사 위기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휴전을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민간인 사상자가 속출하면서 이스라엘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커지는 양상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성명 등을 통해 즉각적인 인도주의적 휴전을 촉구하고 있다.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아랍국가는 물론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서방과 아시아 등 세계 곳곳의 주요 도시에서는 주말마다 가자지구 공격 중단을 요구하며 이스라엘을 비난하고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주민을 분리·대응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으로, 일부 이스라엘 지지 시위에 비해 규모가 훨씬 크다.
이스라엘의 맹방인 미국은 휴전이 하마스에 도움이 될 뿐이라며 이스라엘의 방어권적 대응 지지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민간인 사상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교전 일시 중지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마스와 가자지구의 무고한 민간인은 구분돼야 한다며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점도 역설하고 있다.
이스라엘을 재차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국 장관도 3일 텔아비브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등과 만나 인도적 목적의 일시적 교전 중단을 공식 제안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나치, 이슬람국가(IS) 등에 비유하고 민간인 학살 같은 반인륜적 공격의 잔인성을 부각하며 여전히 휴전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블링컨 장관과 만난 뒤 낸 성명에서도 "우리 인질들의 귀환을 포함하지 않는 '일시적인 휴전(temporary ceasefire)'을 거부한다"며 인질 석방이 이뤄지기 전에는 가자지구에 대한 공세를 멈추지 않을 것임을 재차 확인했다.
hyunmin6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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