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공매도 전면 금지, 신속히 대책 마련한 뒤 시장 정상화해야

입력 2023-11-07 13:59  

[연합시론] 공매도 전면 금지, 신속히 대책 마련한 뒤 시장 정상화해야


(서울=연합뉴스) 공매도 전면 금지 후 금융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시행 첫날인 6일 기록적인 폭등세를 보였으나 7일에는 상승분 상당 부분을 반납했다. 환율도 급등락하는 등 불안정한 모습이다. 공매도 금지 발표는 지난 주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금융당국은 선의의 투자자를 보호하고 기관과 개인 간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시정하기 위해 내년 상반기까지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공매도 금지 기간에 실태를 파악해 불공정 문제를 해소하는 쪽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번 조치는 개인투자가들을 중심으로 공매도에 대한 불만이 팽배해진 데 따른 것이다. 최근에는 BNP파리바, HSBC 등 글로벌 투자은행(IB)이 수백억 원대의 불법 공매도를 했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공매도 금지 시한과 관련해 "이런 상황이 얼마나 개선됐는지 여부를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 우려가 충분히 해소되지 않을 경우 기간을 연장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공매도 금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 2020년 코로나 사태 때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다. 그때와 다른 점은 지금이 비상 수단을 동원해야 할 정도의 위기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장기적으로 손해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공매도를 주도하는 외국인 투자가들의 '숏커버링'(공매도 재매수)이 단기적으로는 주가를 끌어 올릴 수도 있겠지만 결국 시장과 당국에 대한 신뢰가 하락하면서 외국인들이 한국 투자를 주저할 공산이 크고, 그렇게 되면 주가 부양에도 부정적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전세계적으로 공매도를 금지한 나라는 한국과 튀르키예뿐이다. 글로벌 스탠더드와는 거리가 멀다는 뜻이다. 이처럼 대다수 국가가 공매도를 허용하고, 금지하더라도 극히 제한적으로 시행한 뒤 해제하는 것은 공매도의 시장 안정 기능 때문이다. 주식을 빌려서 팔았다가 나중에 되갚는 방식의 투자 기법인 공매도는 주가 조작이나 과도한 거품을 막는 데 도움을 주는 게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2021년 5월 공매도를 다시 허용하면서 코스피200, 코스닥150 편입 종목으로 대상을 국한했는데 최근 들어 문제가 터진 '라덕연 사태'의 주가 조작 기업이나 영풍제지 등은 모두 여기에서 빠져 있다.

공매도는 긍정적인 측면이 많지만 그럴수록 현실화한 폐해는 철저히 제거해야 한다. 우선 제도부터 불공정하다. 개인과 기관 간에 대주 상환기간, 담보 비율 등에 큰 차이가 있어 개인은 공매도를 거의 활용하지 못하는 반면 외국인 비중은 70%가 넘는다. 또 글로벌 IB의 관행적인 불법 무차입 공매도를 막기 위한 시스템이 미비하고, 적발되더라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공매도 시장에 대해 "단순히 깨진 유리가 많은 도로 골목 수준이 아니라, 유리가 다 깨져 있을 정도로 불법이 보편화돼있다"고 지적했다. 공매도 현황을 철저히 조사해 불법 공매도를 근절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형평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 다만 금지 기간이 너무 길어지는 것은 곤란하다. 블룸버그통신은 공매도 금지가 한국 증권시장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조치가 내년 4월 총선을 겨냥한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공매도로 인한 시장 교란 가능성을 차단하고 순기능을 살리는 방향으로 신속하게 대책을 마련한 뒤 되도록 이른 시일 내에 시장을 정상화하길 바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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