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일대일로 견제 속 미·중 간 개도국 차관 규모 격차 줄어"

입력 2023-11-07 16:19  

"美 일대일로 견제 속 미·중 간 개도국 차관 규모 격차 줄어"
미 에이드데이터 보고서…"中 차관, 인프라 건설→긴급구제로 옮겨가"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미국이 개발도상국(이하 개도국)에 대한 차관 공여를 통해 지정학적 영향력을 확대해온 중국에 대해 견제를 강화하는 가운데, 미·중 간 차관 규모 격차가 줄어들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뉴욕타임스(NYT)와 블룸버그통신 등은 6일(현지시간) 윌리엄 앤드 메리 대학 내 연구소인 에이드데이터(AidData) 보고서를 인용해 2014∼2017년 중국의 개발금융 규모가 미국의 3배에 가까웠지만, 2021년에는 30% 많은 데 그쳤다고 보도했다.
2021년 저·중소득 국가를 대상으로 원조·대출한 자금은 중국이 790억 달러(약 103조5천억원), 미국의 610억 달러(약 79조9천억원)였다. 이에 비해 2014∼2017년 중국의 개도국 자금 지원 규모는 연평균 1천170억 달러(약 153조2천억원)로 미국의 3배가량이었다.
에이드데이터 측은 그러면서도 중국이 서방에 비해 대출 속도가 빠른 만큼, 여전히 개도국 대상 차관 공여 규모에서 우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은 2000∼2021년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 관련국의 인프라 조성 사업 등에 1조3천억 달러(약 1천703조원)를 대출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러한 대외 차관은 중국의 영향력 확대와 개도국들의 개발 사업에 도움이 되었지만, 일부 사업은 실패로 돌아가면서 개발도상국들의 채무 상환 부담을 키웠다.
개도국들의 부채 문제는 오랫동안 문제가 되어왔지만, 코로나19 확산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금리 인상 등에 따라 개도국 부담이 가중된 상태다.
최근 중국의 차관 다수는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일대일로 사업으로 기존에 차관을 받았던 개도국 중앙은행들에 돈을 빌려주는 방식이나 국영 상업은행이 서방 은행들과 함께 대출해주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은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기 위해 2018년 국제개발금융공사(IDFC) 등을 만들고 개도국 차관 확대에 나서고 있다.
IDFC는 지난 9월까지 1년간 93억 달러(약 12조1천억원)를 빌려줘 전년 74억 달러(약 9조7천억원)보다 차관 공여 규모가 늘었다.
익명의 소식통에 따르면 IDFC는 이번주에도 그리스의 조선소 현대화 사업에 1억2천500만 달러(약 1천637억원), 스리랑카의 항만 확장에 최대 5억5천300만 달러(약 7천244억원) 차관 공여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중국의 대외 차관 관행이 인프라 시설 건설 사업에 집중됐던 과거와 달리 기존 채무국에 대한 긴급 구제로 옮겨가고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보고서에 따르면 저·중 소득 국가에 대한 중국의 대출 가운데 구제금융 비중이 2013년 5%에 불과했지만 2021년 58%로 늘어났다는 것이다.
또 국제통화기금(IMF)의 연간 차관 규모가 중국보다 크지만, 둘 사이의 격차는 좁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bs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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