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가자시티 심장부에…한달간 목표물 1만4천개 타격"
국제사회 압박에도 '마이웨이'…네타냐후 "무기한 안보 책무" 발언 파장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이스라엘이 궤멸을 선언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근거지 가자시티를 전면 포위하고 시가전을 공식화했다.
지난달 7일(현지시간) 하마스의 기습과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으로 발발한 전쟁이 두 달째에 접어들었지만 인도주의적 조치를 위한 최소한의 교전 중단조차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이스라엘은 교전을 중단하자는 미국의 제안을 거듭 거부하는가 하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가자지구 재점령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는 등 국제사회의 요구에 엇박자를 내며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7일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군(IDF)이 지금 가자시티의 심장부에 있다"며 "도보로, 또는 장갑차와 탱크 등을 타고 공병들과 함께 전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네타냐후 총리도 TV 연설을 통해 "지상작전을 통해 하마스 지휘부와 진지, 땅굴 등 다수를 파괴했다"며 가자시티 시가전을 사실상 공식화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가자지구 지도자 야히야 신와르가 벙커에 숨어 있으며 동료들과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IDF와 정보기관은 신와르가 지난달 초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지휘한 것으로 파악하고 그를 제거하기 위해 추적해왔다.
IDF는 또 대전차 미사일 등 발사대와 정보 자료가 있는 가자시티의 하마스 전초기지 1곳을 장악하고 박격포 발사대 수십 곳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개전 이후 가자지구 내에서 1만4천개 이상의 하마스 목표물을 타격하고 100곳 넘는 지하터널 입구를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남북으로 갈라 하마스 지휘부와 기반시설이 집중된 심장부 가자시티를 에워싼 뒤 지하터널 등 군사시설과 장비를 장악하고 주요 인사를 색출해 제거하는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2005년 가자지구 내 병력과 정착촌 주민을 철수시킨 이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지상전에 들어가기는 이번이 세 번째다.
2009년 1월3일 가자지구에서 벌어진 첫 지상전은 15일 만에 휴전 합의로 끝났다. 당시 팔레스타인인 약 1천400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7∼8월에는 이스라엘 청소년 납치·살해 사건으로 이른바 '50일 전쟁'이 발발해 팔레스타인인 약 2천100명이 사망했다.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보건부는 개전 이후 팔레스타인 측 사망자가 1만300명을 넘었고 이 가운데 어린이가 4천200명 이상이라고 이날 밝혔다.
이스라엘은 민간인 200만명 이상이 고립된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교전을 멈추라는 국제사회의 요구에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6일 인질 석방을 위해 사흘간 교전을 중단하라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제안을 거부했다고 미국 매체 악시오스가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사흘 동안 하마스가 인질 10∼15명을 석방하고 모든 인질의 신원을 검증한 뒤 명단을 제공하도록 한다는 구체적 제안을 내놨다는 것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보다 사흘 전인 이달 3일에도 이스라엘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인도적 교전중단 제안을 거부한 바 있다.
미국은 '인도적 교전 중지' 대신 '전술적 교전 중지'라는 새로운 표현을 써가며 이스라엘을 계속 설득하고 있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를 신뢰할 수 없는 데다 2014년 전쟁 당시 교전중단 기간 이스라엘 병사가 하마스에 살해·납치된 사건 때문에 교전중단에 유보적이라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한술 더 떠 하마스 소탕 이후 가자지구를 다시 점령하겠다는 뜻으로 읽힐 수 있는 발언을 내놔 맹방 미국과 계속 불협화음을 노출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6일 미국 ABC 뉴스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 전체적인 안보 책무를 무기한으로 가질 것으로 본다"며 "그런 책무를 갖지 않았을 때 우리에게 상상할 수 없는 규모의 하마스 테러가 분출했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각각 독립국가로 공존한다는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하고 있다. 블링컨 장관은 전후 가자지구 통치와 관련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의 효율적 재편과 활성화를 제안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재점령이 '큰 실수'가 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네타냐후 총리의 발언에 대해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점령은 이스라엘을 위해 좋지 않다고 여전히 믿는다"며 미국과 이스라엘이 계속 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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