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인권 보고관 "점령 이어진다면 불만 계속, 또다른 저항 나타날 것"
"평화적 저항, 국제법 동원할 땐 귀 닫아…국제사회 막중한 책임"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섬멸을 위해 가자지구에서 대규모 공습과 지상전을 이어가는 가운데 이같은 시도는 불법일 뿐만 아니라 향후 더 극단적인 세력을 키우게 될 것이라고 유엔 전문가가 경고했다.
유엔 팔레스타인 점령지 인권 상황 특별보고관인 프란체스카 알바네제는 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알바네제 보고관은 이번 전쟁은 국제사회가 그동안 팔레스타인 인권에 관한 이스라엘의 억압을 무시한 결과라고 진단하고, 앞으로 평화가 들어설 자리가 더욱 줄어들었다는 점에 우려를 표했다.
이탈리아 출신 국제법학자인 그는 2022년 임명됐다. 임기는 6년이다.
알바네제 보고관은 "국제사회, 인권 사회에 경종을 울렸지만 누구도 제대로 듣지 않았다"며 "이제 평화 공존의 기회는 절벽 아래로 떨어져 돌아올 수 없는 위험한 지경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을 향해 "가자 지구 인프라의 절반이 파괴됐다. 9천명이 죽었고 그중 3천500명은 아이들인 것으로 보고됐다. 1천명 이상은 아직도 잔해 속에 있다. 대체 그것이 어떻게 평화로 이어질 수 있는가?"라고 물었다.
하마스에 대해서는 "단지 군사적 존재일 뿐만 아니라 정치적 현실"이라며 근절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알바네제 보고관은 "설사 하마스를 말살할 수 있다 하더라도, 이스라엘이 단지 전투원뿐만 아니라 서비스 공급자 등 하마스를 위해 일한 모든 사람을 없애려 한다면, 그게 가능하다 할지라도, 이스라엘 점령이 계속된다면 불만은 계속해서 커져 나가고 또 다른 저항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그게 자연스럽고, 물리적인 법칙이기도 하다. 역사가 확인해준다"고 강조했다.
최근 팔레스타인 점령지 어린이에 관한 유엔 보고서를 낸 그는 특히 지난 한 달간 어린이들이 받은 심리적 상처를 걱정했다.
알바네제 보고관은 "그곳 어린이들을 보면 그 작은 몸에 깊은 트라우마가 배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아이들이 어른처럼 말하고 권리에 대해 말한다"며 "두려움과 함께 살고 있으며, 주요 두려움은 엄마 아빠가 죽거나 자신들이 죽거나 하는 이유로 부모를 더는 볼 수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부모들은 아이들이 어떤 상황인지 알기 때문에 두렵다고, 무장 저항의 대안이 별로 없다고 말한다"며 "너무 많은 희망이 파괴됐기 때문에 아이들이 그 길로부터 멀어지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알바네제 보고관은 "그들이 평화적으로 저항하고 국제형사재판소(ICC)나 국제사법재판소(ICJ)와 같은 국제법을 동원하면 국제사회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며 "이게 국제사회가 반성해야 할 막중한 책임"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10월 7일은 우리를 미지의 영역으로 몰아냈다. 더 어둡다. 10월 7일 이전에 많은 이스라엘인을 포함, 팔레스타인의 권리를 주장한 사람들은 아파르트헤이트(극단적 인종차별)에 관한 논쟁이 적법성을 얻기 직전이라고 느꼈다. 이제 그럴 여지는 급격히 줄어들었다"고 했다.
아파르트헤이트, 점령, 식민지 등의 용어를 동원한 알바네제 보고관의 발언은 이스라엘의 반발을 사 왔다. 이스라엘 정부는 그가 반유대인, 반이스라엘 정서를 갖고 있다며 해임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앨버니지 보고관은 자신은 팔레스타인의 대변자가 아니라, 인권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양측 정의의 대변자라 말한다. 그의 주장은 아랍권과 서구 언론에서 주목받고 있다.
그는 위협이 한 국가가 아니라 이스라엘이 군사적으로 점령하고 있는 영토 내 한 무장단체로부터 오는 것이므로, 이스라엘은 유엔 헌장에 따른 자위권을 발동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스라엘은 2005년 군대 철수 이후 가자지구를 점령해왔다는 주장을 거부하지만, 유엔 등 국제기구들은 이스라엘이 육지, 해상, 공중에서 가자지구에 대한 실효적 지배를 계속해왔다는 점에서 점령은 계속돼왔다고 본다.
알바네제 보고관은 설사 이스라엘이 자위권을 행사할 권리가 있다고 하더라도,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은 전쟁법상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의) 공격은 분명 무차별적이며 균형에 맞지 않고 예방 원칙에도 위배된다. 누구도 환자 수백명과 난민 수천 명을 보호하고 있는 병원을 폭격할 수는 없다. 미안하지만, 다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이것은 범죄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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