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재경위 판공실 주임 등 경제 직함 3개 추가하며 중량감 높여
8∼12일 일정…옐런 美 재무부 장관과 양자회담도 예정
(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미국과 중국의 정상회담이 무르익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핵심 측근인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가 8일 미국 방문길에 오른다.
중국 외교부 왕원빈 대변인은 최근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중미 경제·무역의 중국 측 '선도인'(牽頭人)인 허 부총리가 재닛 옐런 재무장관의 초청으로 8일부터 12일까지 미국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미국 재무부도 옐런 장관이 9∼10일 샌프란시스코에서 허 부총리와 양자 회담을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옐런 장관과 허 부총리는 이번 회담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경제 의제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눈여겨볼 점은 중국 당국이 최근 허 부총리의 미국 방문에 앞서 그의 경제 분야 직함을 세 개나 추가하며 '체급'을 대폭 높였다는 점이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3일 베이징에서 열린 회의에서 허 부총리가 중앙금융위원회 판공실 주임 겸 중앙금융공작위원회 서기 자격으로 연설했다고 밝혔다.
지난 3월 당정 개편을 통해 신설된 중앙금융위원회와 중앙금융공작위원회는 중국 공산당의 금융 정책과 금융 감독을 총괄하는 기구다.
앞서 관영통신 신화사는 지난달 29일 허 부총리가 베이징에서 에마뉘엘 본 프랑스 대통령 외교 고문을 만났다는 소식을 전하며 그의 직함을 중앙정치국 위원 겸 중앙재경위원회 판공실 주임으로 소개했다.
중앙재경위원회 판공실 주임은 시 주석을 보좌하며 실질적으로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자리다.
이에 따라 허 부총리는 기존 경제·무역정책 총괄 사령탑에서 재정과 금융 분야까지 모두 관할하게 됐다.
홍콩 명보는 8일 허 부총리를 중국 재정·금융계의 '새로운 차르'로 묘사한 뒤 "허 부총리의 미국 방문에서 이 새로운 신분들은 그의 격과 중량감을 높일 것이라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전했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달 말 워싱턴 DC에서 외교장관 회담을 갖고 이달 11∼17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정상회담을 하기로 원칙적으로 합의한 바 있다.
중국은 시 주석의 미국 방문 여부를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지만, 현재 세부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을 비롯한 중국 지도부가 잇달아 미국과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미중 고위급 대화도 활발히 진행된다는 점에서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말에는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워싱턴DC를 방문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회담했다.
지난 3일에는 마크 램버트 중국조정관 겸 동아시아태평양 부차관보가 중국을 방문해 훙량 중국 외교부 국경해양사 국장과 회담했고, 미국 농무부가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국제수입박람회에 처음으로 참석하기도 했다.
명보는 "허리펑의 방미는 단순히 옐런의 7월 방중에 대한 답방이 아니라 다른 일정이 있다는 것"이라며 "최근 왕이가 미국에서 기본적인 정상회담의 조건에 관해 이야기했다면 허리펑의 방문에서 양측은 정상회담 교역을 위한 최종 가격을 확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j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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