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꾼 "연구 참여 학생 6명, 동물 종양형성 실험 중 발병" 주장
병원 측 "과거 실험 참여 의사 등 3명 암 판정…제3기관 조사 환영"
(선양=연합뉴스) 박종국 특파원 = 중국의 저명한 대학 부속병원 암 연구 실험실의 연구원들이 집단으로 암에 걸렸으며 유해화학물질 누출이 원인일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고 정단신문 등 현지 매체가 8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한 누리꾼이 최근 소셜미디어(SNS)에 글을 올려 "중산대학 제2부속병원의 쑤모 교수와 쑹모 교수가 이끄는 연구 과제팀 소속 학생 6명이 올해 암에 걸렸다"며 "한 명은 췌장암이 간으로 전이됐고 박사생 3명과 박사후 연구원 1명은 희소한 암에 걸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연구팀은 시약을 제조해 동물에 투여, 인위적으로 종양을 형성하는 실험을 해왔다"며 "이 과정에서 학생들 사이에 암이 발병했으며, 유해 화학물질인 자일렌(크실렌)이 누출된 것과 관련있는 것으로 의심된다"고 밝혔다.
이 병원은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의해 최초로 종양 다학제 진료(여러 분야 전문가가 협업해 진료하는 방식) 시범병원으로 선정됐다고 정단신문은 전했다.
이 매체는 또 이 병원에 실제 쑤모 부주임 의사가 재직 중이며, 그는 올해 광둥성에서 유일하게 '신초석(新礎石·주춧돌) 연구원'으로 선정됐다고 덧붙였다.
병원 측은 이 의혹에 대해 처음에는 사실이 아니라고 전면 부인했으나 뒤늦게 최근 수년 동안 유방암센터 실험실에서 연구에 참여한 적이 있는 3명이 암에 걸렸다고 말을 바꿨다.
병원 측은 8일 "조사 결과 과거 유방암센터 실험실에서 연구했던 3명이 올해 암에 걸린 사실을 확인했다"며 "2명은 우리 병원 유방외과 의사로 임상을 담당하고 있으며, 나머지 한 명은 외부에서 온 연수생"이라고 설명했다.
2013년부터 2022년 사이 이 유방암센터 실험실에서 학업과 연구를 병행하며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이 병원 유방외과에서 임상을 맡고 있는 의사 류모 씨와 황모 씨가 지난 6월과 10월 각각 활막육종과 췌장암 진단을 받아 수술했고, 외부 연수생은 2021년부터 1년여간 연수하다 작년 4월 복귀한 뒤 올해 유방암 판정을 받았다는 것이다.
다만 병원 측은 "인터넷에 떠도는 것처럼 올해 이 실험실 연구에 참여했다 암에 걸린 학생은 없었다"고 밝혔다.
과거 이 실험실에서 연구했던 경험과 암 발병 사이에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병원 측은 "암 발병의 원인은 복잡하다"며 "이들의 암 발병이 실험실이나 시약과 연관이 있다는 의혹과 관련, 당국이 제3의 기관 관계자들로 조사팀을 구성, 원인 규명을 위한 진상 조사에 나서는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광둥성 광저우에 있는 중산대학 제2부속병원은 1835년 문을 연 중국 최초의 서양 의학 병원이다.
신해혁명을 일으켜 청나라를 무너뜨리고 중화민국을 건립한 중국의 '국부' 쑨원이 쑨이셴이라는 이름으로 이 병원에서 의학 공부를 해 쑨이셴 기념병원으로도 불린다.
이 병원 유방암센터 실험실은 2009년 문을 열어 지금까지 200여 명의 학생들을 양성했다.
p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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