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팔레스타인' 발언 쏟아내…"말레이계 국민 지지 겨냥" 분석도
(방콕=연합뉴스) 강종훈 특파원 =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가 "미국의 일방적인 하마스 제재를 인정할 수 없다"며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지지 발언을 이어갔다.
8일 로이터와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안와르 총리는 하마스를 지원하는 외부 세력에 제재를 가하려는 미국의 의도와 관계없이 하마스와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하마스를 테러 조직으로 간주하거나 처벌하지 않는다"며 "말레이시아 정부는 미국을 포함한 어떤 국가가 일방적으로 가하는 규제나 제재를 인정하지 않으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만을 인정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하마스 등을 지원하는 개인, 단체, 정부 대상 제재를 추진 중이다.
안와르 총리는 현 상황을 비난하면서 "팔레스타인은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 인종 청소, 집단학살의 피해자"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슬람 국가인 말레이시아는 과거부터 팔레스타인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이번 전쟁 이후 수도 쿠알라룸푸르 등에서는 대규모 팔레스타인 지지 집회가 이어지고 있고, 맥도널드 등 '친이스라엘'로 분류되는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도 벌어지고 있다.
정치권도 공공연히 이스라엘을 비난하며 하마스 지지를 표해왔다.
안와르 총리는 앞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은 야만의 극치"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반이스라엘 정서를 노골적으로 자극하는 안와르 총리의 행보가 자국 내 다수 인종인 말레이계를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브리짓 웰시 노팅엄대 말레이시아 캠퍼스 명예연구원은 "안와르는 기본적으로 팔레스타인 문제를 자신의 이슬람교도 자격을 강화하기 위해 활용한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는 말레이계, 중국계, 인도계가 공존하는 다민족·다종교 사회다.
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 대다수인 말레이계의 지지를 얻어야 하는 정치권은 대체로 친이슬람적인 태도를 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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