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국방 "하마스 목줄 조인다"…"하마스 북부 통제력 잃어"
"가자시티 심장부 진격" 곳곳 총성·폭음…"인질 12명 석방협상 진행중"
민간인 피해 급증에 G7도 "교전중지"…피란행렬 본격화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본거지로 알려진 가자시티에 대한 포위망을 완성한 이스라엘군이 시가전을 이어가며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민간인 희생자에 악화하는 국제여론이 임계점을 넘기 전에 하마스를 완전히 궤멸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8일(현지시간) "하마스는 통제력을 잃었으며, 북부에서도 통제력을 계속 상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가자시티에 대한 공격을 계속 심화하고 있으며, 민간인 거주지와 인접한 땅굴 갱도를 차단하고 있다"면서 휴전은 없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스라엘군과 하마스의 시가전이 격화하면서 가자시티 곳곳에선 총성과 폭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아랍권 방송 알자지라 소속 카메라맨 함단 다흐두는 이러한 상황이 잡힌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올리고 시내 중심가에 속하는 안사르, 아즈하르 지역에서 '폭력적 충돌'이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이에 앞서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전날 저녁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군이 '가자시티의 심장부를 향해' 남쪽과 북쪽에서 동시에 진군 중이라면서 "우리는 올가미를 조이고 있다"고 말했다.
갈란트 장관은 가자시티에 대해 "도시 전체가 거대한 테러 기지이고, 지하로는 병원과 학교들을 잇는 수㎞의 땅굴이 있다"면서 "우리는 이러한 (테러) 역량을 계속 해체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지난달 27일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한 이스라엘은 하마스 관련 시설들을 파괴하며 공세의 고삐를 죄고 있다.
최근에는 이스라엘-레바논 분쟁이 한창이던 1982년 이후 처음으로 시나이 사단으로 불리는 남부작전사령부 산하 제252 예비군 사단을 완편해 전투에 투입하는 등 가능한 모든 전력을 동원하고 있다.
변수는 카타르의 중재로 진행 중인 인질 석방 협상과 갈수록 거세지는 국제사회의 압박이다.
하마스의 통제를 받는 가자지구 보건당국은 현재까지 1만명이 넘는 주민이 이스라엘군의 공습에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으며, 주변 아랍 국가들은 즉각적인 휴전(ceasefire)을 요구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가장 중요한 우방인 미국도 인도적 차원의 일시적 교전 중지를 요구한 상태다.
한편에선 카타르의 중재로 하마스가 납치한 이스라엘 민간인과 군인, 외국인 등 239명의 석방을 위한 협상이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AFP 통신은 "인도주의적 교전 중단을 조건으로 미국인 6명 등 인질 12명을 풀어주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인질 전원을 석방하지 않으면 휴전이나 교전 중단 제안에 응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으나, 국제사회의 압박 속에 언제까지 이런 태도가 유지될지는 불분명하다.
앞서 에후드 바라크 전 이스라엘 총리는 외신 인터뷰에서 지난달 7일 하마스의 기습공격으로 생겨난 이스라엘에 동정적인 국제여론이 잦아들었다면서 "2∼3주 혹은 그보다 빨리 미국의 (교전 중지) 요구를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내다본 바 있다.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들은 8일 일본 도쿄에서 회의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민간인 보호와 국제법 준수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가자지구에 대한 원조와 인도주의 측면에서의 교전 중지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스라엘군에 둘러싸인 가자시티에선 안전한 곳을 찾아 남쪽으로 이동하는 피란민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유엔은 8일 하루에만 1만5천명이 가자지구 북부에서 남부로 이동했다고 집계했다. 이는 전날의 세배에 이르는 숫자이며 어린이와 노인, 장애인이 대다수라고 유엔은 덧붙였다.
이스라엘 정부는 최근 수일간 이른바 '인도주의적 통로'를 통해 탈출한 가자지구 북부 주민의 수가 5만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피란행렬이 본격화하기 전 가자지구 북부에 남은 민간인 수가 40만명으로 추산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나흘 만에 8명 중 한 명이 피란을 완료한 셈이다.
가족들과 함께 이날 피란길에 나섰다는 파디 알루바이(25)는 해안을 따라 밀고 내려온 이스라엘군이 공군과 해군의 지원을 받으며 자신이 살던 샤티 난민촌을 폭격했다고 전했다.
그는 "길 양옆으로 많은 수의 탱크가 있었다"면서 경고사격과 함께 다가온 이스라엘군 병사들이 양손을 든 채 신원을 증명할 것을 요구했고 많은 이들이 옷이 벗겨지거나 몸수색을 당했다고 말했다.
16살 소녀 바라도 "우리는 조각조각 찢긴 시신 곁을 걸었고, 탱크 옆을 지났다. 이스라엘인들이 우리를 불러서 옷을 벗고 소지품을 땅에 내려놓으라고 했다. 어린이들은 물이 없어서 정말 힘들어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시티 주민에 대한 하마스의 통제력이 약화하면서 피란이 본격화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눈물을 머금고 피란길에 오른 팔레스타인인 상당수는 안전한 곳을 찾아 정처 없이 헤매는 신세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비교적 안전하다는 와디 가자(가자지구 남북부를 가르는 건천) 이남 지역에서도 이스라엘군의 공습이 끊이지 않고 있어서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이스라엘군이 이날 오후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의 할릿 빈 알왈리드 이슬람사원을 폭격했다고 보도했다.
하마스는 같은 지역의 다른 이슬람사원 두 곳도 공습을 받았다고 주장했으며, 이스라엘군은 이와 관련한 질의에 즉각적인 응답을 내놓지 않았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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