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구성 지지 대가로 카탈루냐 분리주의자들 대거 사면키로
보수당·사법부는 "법치주의 파괴" 비판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스페인 정부 구성을 추진 중인 페드로 산체스 총리 대행이 가장 큰 난관이었던 카탈루냐 분리 정당의 지지를 얻는 데 성공했다.
대신 산체스 총리 대행은 집권할 경우 카탈루냐 분리주의자들을 사면하기로 약속했다.
9일(현지시간) AFP,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산체스 총리 대행이 대표인 사회노동당(PSOE)은 카탈루냐 분리 정당으로부터 새 정부 구성에 대해 지지받는 대가로 카탈루냐 분리 독립 운동에 연루된 수천 명을 사면한다는 데 합의했다.
사회당 소속 산토스 세르단 의원은 벨기에 브뤼셀에 망명 중인 카를레스 푸지데몬 전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과 합의에 서명한 후 이같이 발표했다.
푸지데몬 전 수반은 카탈루냐 분리 독립을 추구하는 정당 '카탈루냐를 위해 함께'의 실질적 지도자로, 그는 2017년 카탈루냐 분리 독립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뒤 벨기에로 망명했다.
세르단 의원은 "양측에 깊은 의견 차이가 있었지만, 안정적인 정부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는 데 동의했다"며 "이번 합의는 단지 총리직을 위해서가 아니라 향후 4년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르단 의원은 사면 법안과 관련해선 2012년부터 올해까지 벌어진 카탈루냐 분리주의 운동과 관련된 모든 범죄가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법안을 통과시키려면 여러 정당의 지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푸지데몬 전 수반은 "사회당과의 합의로 스페인과 카탈루냐 간 역사적 갈등 해결 과정이 시작됐다"며 "사면은 정치적 박해에 대한 보상이자, 재발 방지 대책 약속"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는 카탈루냐 독립 국민 투표와 새로운 재정 협정에 관해 이야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카탈루냐 분리 정당의 지지를 얻음으로써 산체스 총리 대행의 재집권 가도엔 파란불이 켜졌다.
2018년부터 정부를 이끌어 온 산체스 총리 대행은 지난 5월 지방선거에서 우파 야당 연합에 참패하자 의회를 해산하고 7월 조기 총선을 치렀다.
그 결과 우파 야당 국민당(PP)이 전체 의석 350석 중 137석으로 가장 많은 의석을 확보하면서 제1당이 됐으나, 알베르토 누녜스 페이호 당 대표를 총리로 선출하는 데 필요한 과반(176석)을 차지하진 못했다. 스페인 총리는 원내 1당이 맡는 게 관례다.
지난 9월 말 페이호 대표의 총리 인준안 투표는 최종 부결됐고, 정부 구성 기회는 산체스 총리 대행에게 넘어왔다.
총선에서 122석을 확보한 산체스 총리 대행의 사회당은 동맹 세력인 좌파 연합 수마르(Sumar·31석)에 이어 분리주의를 꾀하는 바스크민족당(PNV·5석), 바스크지방연합(Bildu·6석), 카탈루냐공화당(ERC·7석), 카탈루냐를 위해 함께(7석)와 손을 잡고 연립 정부를 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들 정당의 지지를 모두 얻는다면 178표를 확보하게 된다.
산체스 총리 대행에 대한 인준안 토론과 표결은 15∼16일 이뤄진다.
그러나 협상의 키가 됐던 카탈루냐 분리주의자들에 대한 사면안을 두고 보수당과 사법부 내에선 "법치주의 포기"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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