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장관, '헤즈볼라 테러 저지에 동참' 이스라엘 성명 반박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헤즈볼라와 연계된 테러 모의 사건을 수사하는 브라질 당국이 자국 내 작전에 대해 이례적인 성명을 발표한 이스라엘 측에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플라비우 지누 브라질 법무부 장관은 9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우리 연방 경찰의 활동은 전적으로 국내법에 근거하며, 국제 분쟁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다"며 "어떠한 외세도 브라질 연방 경찰에게 영향을 줄 수 없다"고 썼다.
그는 또 "정치적 이익을 도모할 목적으로 우리가 담당하는 조사를 이용하려는 외국 당국의 시도를 규탄한다"고도 밝혔다.
브라질 법무부 장관이 비판의 대상을 직접적으로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이번 반응은 이스라엘의 성명을 겨냥한 것으로 읽힌다.
앞서 전날 브라질 연방 경찰은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접촉한 유대인 상대 테러모의 혐의자 등 2명을 체포한 데 이어 관련 범행을 사전 차단하기 위한 작전의 하나로 11곳을 대상으로 압수 수색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브라질 경찰 발표 직후 이스라엘 총리실은 성명을 내 "브라질에서 유대인과 이스라엘 목표물을 겨냥한 헤즈볼라의 공격 계획을 저지하는 데 모사드가 동참했다"고 전했다.
모사드는 이스라엘 해외 첩보 수집 기관으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 정보 수집에 실패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지누 브라질 법무부 장관은 "연방 경찰 수사는 국제 현장에서 계속되는 비극이 발생하기 전에 시작됐다"며 "외국 정부의 그 누구도 아직 진행 중인 우리 경찰 조사 결과를 예단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앞서 전날 다니엘 존샤인 브라질 주재 이스라엘 대사는 이스라엘과 전쟁 중인 하마스의 '잔혹 행위'를 담은 사진과 영상을 일부 의원에게 공개했는데, 이 자리에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을 비롯한 친이스라엘계 정치인 등이 대거 자리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정부를 불편하게 했다고 폴랴지상파울루 등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정부는 그러나 가자지구에서 발이 묶인 브라질 국민 귀환 전까지는 이스라엘에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스라엘 정부와의 관계를 냉각시킬 필요가 없다는 취지다.
지누 법무부 장관의 '주어 생략' 비난도 그런 배경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브라질 당국에 따르면 가자지구에는 현재 34명의 브라질 국적자가 이스라엘 측 이동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브라질 정부는 이들의 귀국을 위해 이스라엘 측과 다각도로 접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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