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미 라이 국가보안법 재판 다음달 개시…홍콩 "내정 간섭 말라"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미국 등 8개국 가톨릭 고위 성직자 10명이 홍콩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소기소된 반중매체 빈과일보 사주 지미 라이를 즉각 석방하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1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미국, 영국, 인도, 호주, 캐나다, 아일랜드, 리투아니아, 나이지리아의 추기경, 주교 등 가톨릭 고위 성직자 10명은 최근 홍콩 정부를 향해 "지미 라이를 조건 없이 즉각 석방하라"고 요청하는 청원에 서명했다.
이들 사제는 청원에서 "법치를 옹호하고 표현의 자유를 존중한다고 주장하는 곳에서 그러한 잔인함과 탄압은 있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자신의 신념을 지키고 독재와 탄압에 맞선다는 믿음에 헌신한 지미 라이는 사업을 잃고 가족과 단절된 채 감옥에서 1천일 넘게 보냈고 앞으로 더 많은 해 동안 수감될 가능성에 직면해 있다"며 "그는 75세다. 당장 석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라이는 국가보안법상 외세와 결탁한 혐의 등으로 2020년 12월 구속기소 됐다.
1995년 창간된 빈과일보는 당국의 전방위 압박 속에 2021년 6월 자진 폐간했다.
애초 지난해 12월 열릴 예정이던 라이의 국보법 재판은 외국인 변호사 선임 문제 등으로 인해 몇차례 연기돼 오는 12월 18일 개시 예정이다. 라이가 영국 왕실 변호사를 국보법 재판 변호사로 선임하자 홍콩 당국은 이를 불허했다.
그 사이 라이는 사기죄로 징역 5년 9개월을 선고받았다.
2020년 6월 30일 시행된 홍콩국가보안법은 국가 분열, 국가정권 전복, 테러 활동, 외국 세력과의 결탁 등 4가지 범죄를 최고 무기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한다.
지난 7월 현재 홍콩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15∼90세 265명이 체포됐고 161명이 기소됐다. 유죄 판결을 받은 이는 79명이다.
라이는 지금껏 홍콩에서 열린 국가보안법 재판 피고 중 가장 거물로 평가된다.
이에 그의 재판을 앞두고 서방에서는 그의 석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2일 미국 초당파 의원들은 라이를 언급하며 홍콩국가보안법에 따른 인권 침해에 책임이 있는 홍콩 관리와 법관들에 대한 제재를 확대하는 내용의 '홍콩 제재 법안'을 발의했다.
지난 9월에는 유엔 인권이사회 회의의 부대 행사로 영국 정부가 주최한 '홍콩의 언론 자유' 행사가 열렸다. 라이의 구속 1천일을 맞아 열린 행사로, 그의 석방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홍콩 정부는 전날 저녁 성명을 통해 "홍콩 정부는 외국 가톨릭 지도자들이 사실과 오류를 구분하고 홍콩의 내정과 법원의 독립적인 사법권 행사에 대한 간섭을 즉시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인을 포함해 모두가 법을 지켜야 한다"며 "지미 라이는 자신과 관련된 모든 사건에서 변호권을 충분히 행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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