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에서 바다까지' 구호 논란 등 대학가·지역사회 연일 충돌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이 미국 사회도 둘로 갈라놨다.
대학 캠퍼스 등 학교와 지역사회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를 두고 충돌이 이어지면서 이른바 새로운 '문화전쟁'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특히 '강에서 바다까지'라는 팔레스타인 지지 구호가 정치권과 대학가에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강에서 바다까지'는 1960년대부터 팔레스타인 독립을 주장하는 여러 단체가 사용해 온 구호다.
하지만 요르단강과 지중해 사이에 자리한 이스라엘 땅에서 유대인들을 몰아내자는 반(反)유대주의적 의미로 해석될 수 있어 논란이 불거졌다.
미국 의회의 유일한 팔레스타인계인 라시다 틀라입 하원의원은 이 문구가 담긴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 영상을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올렸다가 지난 7일 의회에서 견책 징계를 받았다.
틀라입 의원은 자신의 징계 결의안이 표결에 부쳐지자 X를 통해 "동료 의원들이 뻔한 거짓말로 가득 찬 결의안으로 내 입장을 왜곡했다"며 반발했다.
하지만 백악관 대변인은 이 문구가 분열을 초래하며 많은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반유대주의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며 비판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 발발 직후부터 논쟁의 중심지가 됐던 대학가에서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뉴욕 컬럼비아대에서는 최근 캠퍼스 안에서 시위와 맞불 성명, 물리적 충돌까지 벌어지며 갈등이 커지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팔레스타인 출신의 저명한 학자이자 활동가인 에드워드 사이드가 교수로 재직했던 컬럼비아대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를 두고 논쟁의 중심이 된 적이 있다.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컬럼비아대 학장은 캠퍼스 내에서 반유대주의 행위를 조사하기 위한 대책 위원회를 새로 만들겠다고 지난주 발표했다.
이와 동시에 팔레스타인 지지 의사를 밝혔다가 신상 털기 등 괴롭힘을 받아온 학생들을 돕기 위한 그룹도 만들겠다고 밝혔다.
개전 직후부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를 두고 교수와 학생, 졸업생까지 반으로 쪼개졌던 컬럼비아대에서는 전쟁이 한 달을 넘긴 지금도 갈등이 수그러들기는커녕 더 악화하는 모양새다.
친이스라엘 성향의 단체는 캠퍼스 인근에 팔레스타인 지지 의사를 밝힌 학생들의 신원을 공개하는 전광판 트럭을 세워놔 논란이 일었다.
지난달에는 하마스에 납치된 이스라엘 인질 포스터를 벽에 붙이던 한 학생이 도서관 앞에서 다른 학생에게 폭행당하는 일이 벌어졌으며 학교 화장실에선 나치 문양이 발견되기도 했다.
각기 다른 의견을 가진 교수와 학생들은 계속해서 공개 성명을 주고받으며 설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 8일 밤에는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의 한 학교 이사회 회의가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대를 둘러싼 의견 차이로 파행을 빚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오클랜드의 한 초등학교 강당에서 열린 이날 회의에서 이사회장이 팔레스타인 지지자의 발언을 끊고 5분간 휴회를 선언하자 시위대가 이에 반발하면서 회의가 중단됐다.
앞서 이 지역 교사 노조인 오클랜드 교육 협회(OEA)는 지난 달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불법적으로 점거하고 있으며 팔레스타인인에 인종차별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그러자 일부 교사들은 노조를 탈퇴하겠다며 반발했고 일부 학부모들도 학교에 아이들을 보내지 않겠다고 하는 등 갈등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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