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환자·피란민 수만명 수용 알시파 병원 진입 계획
이미 병원 주변에는 이스라엘 공습으로 사망 속출
이 "지하에 하마스 본부"…하마스 "민간인 살상 가릴 거짓선전"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이스라엘군이 9일(현지시간) 하마스 핵심 근거지에서 작전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힘에 따라 민간인 수만명을 수용하고 있는 가자지구 최대병원이 풍전등화의 처지에 놓였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이스라엘군 162사단이 가자지구 중심도시인 가자시티의 알시파 병원 인근에 있는 하마스의 군사 구역에서 작전을 진행 중이라고 발표했다.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에 따르면, 이 병원 주변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6명이 숨졌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알시파 병원을 두고 양측은 사실상 결전에 돌입하려 하는 모양새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가 가자지구 최대 병원인 알시파 병원 지하에 군사 시설을 은폐한 채 병원에 수용된 환자들과 피란민들을 '인간방패'로 삼고 있다고 거듭 주장해왔다.
이스라엘군은 이날도 알시파 병원 인근 구역에서 작전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발표하면서, 이곳에서 하마스가 운영하는 최대 훈련장과 지휘소, 무기 생산 및 보관소 등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하마스는 이 같은 줄곧 의혹을 부인하면서, 이스라엘이 민간인까지 겨냥한 무차별적 살상을 정당화하기 위해 거짓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반박해 왔다.
알시파 병원을 둘러싼 전운이 짙어지면서 물과 전력, 의약품 등의 지원이 뚝 끊기며 가뜩이나 인도적인 참상에 신음하고 있는 이 병원은 생지옥으로 전락할 것으로 우려된다.
아랍어로 '치유의 집'이라는 의미를 지닌 이 병원은 항구와 가까운 가자지구 북부 레말 지역에 위치해 있다.
과거 영국군의 병영이었다가 1946년 병원으로 전환한 뒤 시설 확장을 거듭해 현재 외과, 내과, 산부인과 등 3개 부분에 걸쳐 환자 700명을 치료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본격화하며 현재는 수용 능력을 훨씬 벗어난 약 5천명의 환자를 치료 중이라고 아랍권 방송 알자지라는 전했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알시파 병원은 최근 유엔이 운영하는 학교와 난민 캠프를 겨냥한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시신과 환자들이 밀려드는 통에 시신 저장고가 포화 상태에 이르렀고, 피를 흘리는 환자들을 마취제도 없이 병원 맨바닥에서 수술하고 있는 실정이다.
연료 부족으로 전력이 끊기며 인공호흡기, 신장투석기 등 환자들의 생존에 필수적인 의료 장비도 곧 가동이 중단될 처지에 이르렀다.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가자지구에서만 150명의 의료진이 사망하면서 알시파 병원은 심각한 인력난도 겪고 있다. 남아 있는 의료진은 병원에서 숙식을 해결하면서 길면 72시간 연속 진료할 만큼 격무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병원 외과의사 사라 알 사카는 알자지라에 "오늘이 최악의 날이라고 매일 이야기하지만 다음날은 상황이 더 악화된다"고 말했다. 그는 시신을 보관할 냉동고마저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알시파 병원 주변에서 격전이 벌어지면 이곳에 있는 환자와 의료진, 수만 명의 피란민들의 대규모 인명피해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병원이 이스라엘의 직접적인 공격에 노출될 것을 병원 의료진이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자지구 남부로 떠나지 못한 피란민들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병원으로 몰리며 현재 이 병원 복도와 안뜰에는 수천명의 피란민이 진을 치고 있다.
미국 등 국제사회의 압박으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민간인 대피를 위해 매일 4시간씩 교전을 중지하기로 했지만, 수천명의 중증 환자와 피란민을 대피시키는 것은 쉬운 문제가 아니다.
또한, 환자와 피란민들이 모두 떠날 경우 '인간방패'가 없어지는 하마스가 대피를 순순히 허용할지도 불투명한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이스라엘은 최근 며칠 새 알시파 병원 주변에 대한 압박을 부쩍 강화해 왔다.
팔레스타인측은 지난 3일 알시파 병원 입구에서 중상자를 이송하던 구급차 행렬에 이스라엘군이 공습을 가해 15명이 숨지고, 60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6일에는 이 병원의 발전용 태양광 패널을 공격했다고 팔레스타인측은 주장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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