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한 국유철강기업·지방정부 상대 소송…아파트 건설돼 이미 입주
(선양=연합뉴스) 박종국 특파원 = 중국의 국유 부동산 개발업체가 발암물질에 오염된 토지를 매입해 막대한 피해를 보게 됐다며 국유 철강기업과 지방정부 등을 상대로 1조8천억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0일 펑파이신문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상하이 부동산개발업체 루자쭈이그룹은 최근 철강 제조 국유기업인 장쑤성 쑤강그룹과 쑤저우시, 쑤저우 환경연구소 등을 상대로 100억 위안(약 1조8천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루자쭈이는 "쑤강그룹과 쑤저우시 등이 법률과 규정을 위반한 채 발암물질이 기준치를 초과하는 토지의 사용권을 판매해 막대한 피해를 보게 됐다"고 주장했다.
루자쭈이는 부동산 개발을 위해 2016년 자회사를 통해 85억 위안(약 1조5천억원)을 들여 쑤강그룹으로부터 쑤저우시 17곳(부지 면적 66만㎡)의 토지 사용권을 매입했다.
당시 이 일대는 공업 용지로 쑤강그룹은 매각 당시 해당 토지의 오염 문제가 대부분 해결됐다며 쑤저우환경연구소의 토지 오염도 검사 결과를 증거로 제시했으며 쑤저우시 천연자원국도 이를 보증했다는 것이 루자쭈이의 주장이다.
루자쭈이는 토지 매입 후 개발에 나서 아파트와 오피스텔, 상업시설, 유치원 등을 건설했으나 검수 과정에서 개발 지역 내 토양 발암물질이 기준치를 초과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루자쭈이가 건설한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은 분양돼 일부는 이미 입주한 상태다.
루자쭈이는 "매입한 토지 17곳 가운데 14곳이 발암물질에 오염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쑤저우 환경연구소가 검사 보고서에 밝혔던 것보다 훨씬 많았고, 오염 상황도 엄중했다"고 밝혔다.
이어 "명백한 사기 행위"라며 "오염토지의 원상 복구를 위한 직무조차 제대로 수행하지 않아 권리를 침해받게 됐다"고 쑤강그룹과 쑤저우시를 싸잡아 비난했다.
관련 업계는 "오염된 토지의 위험 관리와 복구 의무는 개발 주체인 루자쭈이에 있다"며 "부적합한 토지 개발로 루자쭈이가 막대한 손실을 보게 됐다"고 지적했다.
중국 부동산 시장의 장기 침체 속에 헝다와 비구이위안 등 대형 개발업체들이 잇달아 채무불이행(디폴트)에 직면한 가운데 이번 소송 결과에 따라 루자쭈이가 재정적인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에서 국유기업이 '한솥밥 식구'나 다름없는 다른 국유기업과 지방정부를 대상으로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나서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며, 법원 판결에 따라 원고와 피고 가운데 한쪽은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어 어떤 결론이 나올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p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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