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퇴치운동가로 여당 맞서 창당하려다 견제받아…175건 소송 직면
(뉴델리=연합뉴스) 유창엽 특파원 = 노벨평화상을 받은 방글라데시 빈곤퇴치 운동가 무함마드 유누스(83)가 법원에 출석해 자신에 대한 노동법 위반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고 현지 일간 더데일리스타 등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유누스는 전날 정오 수도 다카의 한 법원에서 열린 재판에 나가 이같이 밝혔다.
유누스는 자신이 세운 그라민텔레콤 회장 자격으로 이 회사의 고위직 3명과 함께 출석했다.
나머지 세 명도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방글라데시 당국은 2021년 9월 이들 4명이 그라민텔레콤의 임시직 67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은 데다 사원 복지기금도 만들지 않았고 회사 배당금의 5%를 사원들에게 지급하지 않은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유누스는 빈곤층 무담보 소액대출을 위해 그라민은행을 설립했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06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하지만 2007년 여당 세력에 맞서는 정당을 창당하려다 견제를 받고서 2011년 그라민은행 총재직에서 쫓겨났다.
이후 그는 방글라데시 내각이 소액대출 은행을 장악했다고 비판했으며 2013년에는 탈세 의혹으로 조사받기도 했다.
유누스는 빈민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방글라데시에서 설립한 50여개 사회적 기업들과 관련해 총 175건에 달하는 형법 및 노동법 위반 소송에 직면해 있다. 사실상 '사법 탄압'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의 변호사 카자 탄비르 아흐메르는 이날 재판 후 AFP통신에 "이번 사건과 관련한 정부의 유일한 목표는 전세계가 보는 앞에서 유누스를 괴롭히고 굴욕감을 주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8월에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등 160명의 전세계 주요 인사들이 방글라데시 당국에 공동서한을 보내 유누스에 대한 "지속적인 사법적 괴롭힘"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서한에 서명한 이들에는 노벨상 수상자 100여명도 포함됐다.
셰이크 하시나 총리가 이끄는 방글라데시 정부는 내년 1월 총선을 앞두고 야권 등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1996∼2001년 총리직에 처음 오른 데 이어 2009년부터 3차례 총리 연임에 성공한 하시나 총리는 차기 총선에도 출마해 5번째 총리직을 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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