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 근거리 장점 활용 식품 경쟁력 강화 승부수
GS더프레시·롯데슈퍼, 올해 인상적인 실적 개선 성과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40대 직장인 김모 씨는 2∼3일에 한 번씩 퇴근하면서 대형 슈퍼(기업형 슈퍼마켓·SSM)에 들러 찬거리 등을 사 간다.
대형마트만큼 신선·가공식품 구색이 다양한 데다 무엇보다 집 근처라 장보기가 편리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12일 "편의점이 가깝고 좋지만, 상품 종류나 가격이 다소 아쉽고 대형마트는 차를 타고 가야 하는 데다 대용량이 부담스러워 슈퍼를 많이 이용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SSM이 부활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편의점과 대형마트의 틈바구니에서 치이는 천덕꾸러기 신세에서 벗어나, 그로서리(신선식품·식재료) 경쟁력을 토대로 과거의 위상과 입지를 다시 회복해가는 모양새다.
◇ 부진하던 GS더프레시·롯데슈퍼 실적 개선 뚜렷
주요 SSM의 올해 3분기 실적을 보면 GS리테일의 슈퍼 사업(GS 더프레시) 부문 매출(3천903억원)은 지난해 동기보다 10.2% 증가했다. 영업이익(132억원)은 43.5%나 늘었다.
1∼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조890억원, 219억원으로 10.8%, 23.7% 증가해 연간 기준으로 2년 연속 흑자 달성은 물론 지난 수년 새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슈퍼는 매출(3천470억원)이 1.3% 소폭 줄긴 했으나 영업이익(140억원)은 146% 증가하며 수익 구조가 한층 탄탄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1∼3분기 누계 영업이익은 지난해 동기 대비 1천496% 급증한 27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갈아치웠다. 현재 추세라면 2016년 이후 7년 만의 연간 흑자 달성이 유력시된다.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이마트에브리데이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도 비교적 탄탄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 코로나가 위기이자 기회…식품전문매장으로 체질 개선
대형마트보다 규모가 작고 일반 동네 슈퍼마켓보다 큰 SSM은 한때 '골목 상권의 포식자'로 지탄받을 정도로 주목받는 소매 유통채널이었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른 신규 출점 제한, 영업시간 제한 등의 족쇄 속에 SSM은 점점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었다.
대형마트에는 규모와 가격경쟁력에 밀리고 근거리 상권은 편의점에 잠식당하면서 생존의 갈림길에 섰다.
그러던 SSM에 외부 충격이 찾아왔다. 오프라인 유통업계 전반에 일대 위기를 몰고 온 코로나19는 SSM에 오히려 체질 개선과 도약의 기회가 됐다.
소비자들은 인파가 몰리는 대형마트를 찾는 대신 비식품군을 중심으로 필요한 것을 온라인에서 구매하기 시작했다. 코로나 국면에서 이커머스 시장이 급속히 성장한 배경이다.
코로나 시대 변화한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을 눈여겨보던 SSM은 그로서리에서 새로운 성장 가능성을 봤다. 집 가까이에서 편리하게 장을 보려는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을 고려한 틈새 전략이었다.
국내 소비자들은 신선식품이나 식재료의 경우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접 눈으로 보고 구매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SSM은 편의점은 업종 특성이나 매장 규모 면에서 그로서리 경쟁력을 갖추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하고 신선식품 상품군을 대폭 확대하며 '근거리 식품 전문점'으로의 체질 개선을 꾀했다.
갈수록 늘어나는 1∼2인 가구를 겨냥해 소량 포장 상품의 비중을 높이는 한편 점포별 입지 환경을 감안한 차별화 전략에도 신경을 썼다. 젊은 부부가 많은 신도시 지역 점포의 경우 밀키트와 같은 즉석식품 상품 구색을 확대하는 식이다.
이러한 SSM의 전략은 맞아떨어졌고, 적자 점포 정리 등의 비용 절감 노력과 맞물려 눈에 띄는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고 업계는 분석한다.
◇ 고물가에 소량포장 상품 강세…SSM 장점 부각
최근에는 고물가 여파로 필요할 때마다 소량으로 구매하는 소비 패턴이 강해지면서 SSM의 존재감도 더 커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통계를 보면 SSM 업종은 매출 증가율이 올 상반기 2.2%에서 7월 4.6%, 8월 3.2%, 9월 11.3% 등으로 탄탄한 성장세를 보인다.
추석 연휴가 낀 9월의 매출 증가율은 오프라인 유통 채널 가운데 가장 높다. 월간 기준 매출 증가율이 대형마트(10.0%)와 편의점(8.5%)을 동시에 앞선 건 처음이다. 이는 2014년 이래 줄곧 마이너스 혹은 0∼1%대를 기록하던 것에 비하면 인상적인 변화다.
유통업계는 SSM의 성장세가 단기에 그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1∼2인 가구가 증가하는 인구 구조 변화와 '다품종 소량화'로 흘러가는 소비 패턴이 대형마트보다 SSM에 다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SSM도 지금까지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식품 경쟁력을 더 강화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전체 공간의 90%를 식품으로만 채운 새로운 형태의 매장을 선보이거나 1시간 이내 배송 시스템을 근간으로 하는 '퀵커머스'에 힘을 주는 등 근거리 식품 전문 매장으로서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SSM 업계 한 관계자는 "SSM 성장의 방향성은 명확하다"며 "대형마트와 편의점 틈에서 살아남으려면 식품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만큼 이를 위한 영업·상품 전략에 몰두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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