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수요 둔화 고려…"기존 생산시설서 포드에 배터리셀 공급"
'신규공장 투입비용 대비 직접공급이 유리' 판단한 듯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LG에너지솔루션과 미국 포드가 튀르키예 기업과 손잡고 현지에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을 설립하려고 했던 계획을 철회했다.
전기차 수요 성장세가 둔화하는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막대한 자금을 들여 공장을 새로 짓기보다 기존 생산시설과 인력을 활용하는 쪽이 이익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포드와 튀르키예 배터리 합작공장 설립을 추진하던 튀르키예 대기업 코치는 11일(현지시간) 공시를 통해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3자 양해각서(MOU)를 철회한다고 밝혔다.
앞서 올해 2월 이들 3사는 튀르키예 앙카라 인근 바슈켄트 지역에 2026년 양산을 목표로 약 25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향후 45GWh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협의하겠다고 발표했다.
코치는 이날 공시에서 "포드·LG에너지솔루션·코치 그룹은 앙카라 지역 배터리 셀 생산 투자에 대한 검토를 거친 결과 현재 전기차 전환 속도가 배터리셀 투자에 적합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 앞서 2월 발표한 MOU를 취소한다"고 설명했다.
합작공장에서 생산되는 배터리는 포드가 유럽 시장 중심으로 판매하는 전기 상용차에 공급될 예정이었다. 포드와 코치는 튀르키예에 합작사 포드 오토산(Ford-Otosan)을 설립해 연간 45만대 규모로 상용차를 생산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와 관련해 "포드의 기존 상용 전기차 관련 계획은 그대로 진행된다"며 "LG에너지솔루션은 기존 생산시설에서 동일한 상용 전기차 모델에 탑재될 배터리셀을 공급할 예정이며 양사는 앞으로도 오랜 사업 관계를 확장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LG에너지솔루션은 "2035년까지 유럽 전역에 전기차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려는 포드의 목표에 지속적으로 협력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로써 포드와 코치가 한국 기업과 현지에 배터리 합작공장을 설립하려던 계획이 또다시 무산됐다.
앞서 포드와 코치는 지난해 3월 SK온과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하는 내용의 MOU를 맺었으나 경기침체 등으로 투자 논의에 진전을 보지 못하다 결국 MOU를 종료하고 LG에너지솔루션으로 파트너를 바꿨다.
이번 MOU 철회 발표는 LG에너지솔루션 입장에서는 실리를 택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수요 둔화세가 뚜렷한 상황에서 굳이 당장 수조원에 달하는 비용을 들여 빠듯한 일정으로 신규 공장 설립에 나서기는 부담스럽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공장을 새로 지으려면 건설·시설 투자는 물론 생산 인력 확보와 교육에까지 막대한 자금과 시간이 든다.
반면 기존 생산시설을 활용하면 이런 비용을 절약하고 생산·공급도 즉각 진행할 수 있다.
앞서 지난 2월 3사가 체결한 MOU는 구속력이 없고 본 계약도 체결되지 않아 LG에너지솔루션 입장에서는 비용 손실도 발생하지 않는다.
이뿐 아니라 단독공장 생산 체제로 배터리를 포드에 직접 공급하면 판매 수익의 100%를 LG에너지솔루션이 가져갈 수 있어 합작공장 방식보다 유리하기도 하다.
최근 전기차 시장 수요 둔화로 기존 공장에 발생한 유휴 라인을 활용해 자원 활용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것도 이점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유럽 폴란드, 중국 남경, 한국 오창, 미국 미시간 등에서 운영 중인 글로벌 공장 라인을 활용해 포드의 대규모 수주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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