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났던 하와이 야생 연못 진분홍색으로…"가뭄 영향" 추정

입력 2023-11-11 08:01  

산불 났던 하와이 야생 연못 진분홍색으로…"가뭄 영향" 추정
염분 좋아하는 유기체 할로박테리아 원인 지목…독성 조류는 아냐
기후변화로 하와이 가뭄 심화…"70년간 이런 색깔 본 적 없어"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임미나 특파원 = 지난 8월 막대한 산불 피해를 봤던 하와이 마우이섬의 한 야생 연못이 진분홍색으로 변해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미국 어류·야생동물관리국(USFWS)에 따르면 하와이 마우이섬의 케알리아 연못 국립 야생동물 보호구역(Kealia Pond National Wildlife Refuge) 직원들이 지난달 30일부터 분홍색으로 변한 연못 물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USFWS가 공개한 사진을 보면 대형 연못의 수면 색깔이 온통 '핫핑크'라고 할 수 있는 진분홍색을 띠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USFWS는 하와이주 수자원부·보건부와 협력해 원인을 파악하기 위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당국이 물 샘플을 채취, 하와이대학교(UH)에 분석을 의뢰해 받은 예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할로박테리아'라는 단세포 유기체가 원인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할로박테리아는 염분이 높은 수역에서 발견되는 유기체다. 현재 케알리아 연못의 염분 농도는 70ppt(천분율 단위)보다 높고, 이는 바닷물 염분의 2배에 달하는 농도라고 당국은 설명했다.
이처럼 높은 염도의 물이 할로박테리아 증식에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 물이 분홍색을 띠게 됐다는 분석이다.
하와이대는 할로박테리아의 정확한 균주를 파악하기 위해 추가 분석을 진행 중이다.
당국은 이 연못 색깔이 일반적으로 적조를 일으키는 독성 조류 때문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정확한 원인이 파악되지 않은 만큼, 방문객들이 가까이 접근하거나 물속에 들어가지 말라고 당부했다.
또 이례적인 연못의 변화를 보러 사람들이 몰려들고 드론 촬영을 시도하는 이들도 나타나자 "드론은 허용되지 않는다"며 "새들이 보호구역에서 먹이를 찾고 휴식을 취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AP통신과 CNN은 하와이에서 계속되는 가뭄이 섬 내 담수의 염분 농도를 비정상적으로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마우이섬의 약 90% 지역이 심각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으며, 지난 8월 8일 서부 라하이나를 휩쓴 치명적인 산불 이후 더 심해진 상황이다. 당시 라하이나를 덮친 산불은 90여 명의 인명피해를 내, 1918년 미네소타주 산불(453명 사망) 이후 미국에서 발생한 최악의 산불로 기록됐다.
케알리아 지역은 라하이나와 함께 산불 피해를 본 키헤이 옆에 있는 곳으로, 섬 내에서 가뭄이 특히 심각한 지역 중 하나다.
AP통신은 지난 70년간 이 연못을 지켜온 자원봉사자들이 "연못이 이런 색으로 변한 것은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미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지난달 발표한 올겨울 기후 전망 보고서에서 기후변화와 엘니뇨의 영향으로 하와이의 가뭄이 지속하거나 악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min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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