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용량 몰래 줄이는 '숨은 가격인상'…"소비자에게 알려야"

입력 2023-11-12 06:01  

제품 용량 몰래 줄이는 '숨은 가격인상'…"소비자에게 알려야"
소비자단체 "소비자 인지할 수 있게 제조업자에 책임 부여 필요"
고물가시대 '슈링크플레이션' 문제 커지자 캐나다·프랑스 대응 나서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고물가 시대에 기업들이 제품의 가격을 올리는 대신 양을 줄이는 이른바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이 늘어나고 있다.
'슈링크플레이션'은 양을 줄인다는 뜻의 슈링크(shrink)와 물가 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다.
기업이 원가 상승 압박을 받을 때 소비자 저항이 거셀 수 있는 제품 가격 인상 대신 '양 줄이기'를 택하는 것으로 소비자에게는 '숨은 가격 인상'인 셈이다.
이에 전문가나 소비자단체에서는 기업이 소비자에게 제품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풀무원이 핫도그 제품 가격은 그대로 둔 채 한 봉당 개수를 5개(500g)에서 4개(400g)로 줄인 것은 지난 3월이지만 이런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것은 불과 며칠 전이다.
롯데웰푸드(카스타드·꼬깔콘), 농심(오징어집·양파링), 동원F&B(양반김·참치캔), 해태(고향만두) 등도 지난해와 올해 제품 함량을 줄였지만, 마찬가지로 소비자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풀무원 핫도그 등 '슈링크플레이션'의 문제점을 지적한 기사 댓글에서 가장 많은 공감을 받은 댓글은 "한국도 외국처럼 가격 변동 없이 총용량 변경이 있을 시 고지하는 의무에 대한 입법이 필요하겠네요"였다.
"소비자를 기만하는 사기다. 분량 조금 늘리면 '25% 용량 up(업)!', '더 커진', '더 많아진' 이런 문구 넣으면서, 용량을 줄일 땐 아무런 안내 없이 눈에 보이지도 않는 용량 표기로 그램 수만 변경한다"는 댓글에도 수백명이 공감했다.
외국에서는 여러 나라가 소비자 모르게 제품 중량을 줄이는 기업의 행태를 막겠다고 나선 가운데 국내에서도 이런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과거에도 그랬지만 은근슬쩍 양을 줄이면 소비자 입장에선 가격이 오른 셈"이라면서 "소비자가 모르게 하려고 교묘하게 양을 줄이는 것이다. 소비자가 속은 느낌을 들게 하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도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품량을 줄이면 소비자가 인지하기 어렵다"면서 "매장에 안내판을 붙이거나 해서 소비자가 인지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제조업자가 소비자에게 투명하게 알리도록 정부가 책임을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프랑스 슈퍼마켓 체인 카르푸는 지난 9월 가격 인하 없이 용량이 작아진 제품에 '슈링크플레이션'이라고 적힌 스티커를 붙여 화제가 됐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도 "(기업이) 소비자를 현혹해서는 안 된다"면서 "제품이 변화된 내용을 표시해야 한다는 규정이 생기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캐나다는 지난달 프랑수아-필립 샴페인 산업장관이 '슈링크플레이션'처럼 소비자에 해를 끼치는 행위를 적발하고 조사하는 '식료품 태스크포스'를 출범시킬 것이라고 발표했다.
브뤼노 르 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제품 용량을 변경할 때 소비자에게 고지하는 것을 의무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독일 정부도 '슈링크플레이션'은 소비자 보호에 문제가 있다면서 이를 막을 법을 만들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미 브라질 정부는 지난해부터 제품 용량에 변화가 있을 때 해당 기업이 변경 전과 후의 용량, 변경 수치와 비율을 6개월 이상 포장에 표시해 소비자에게 알리도록 의무화했다.
y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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