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일 시위 논란…갈등 부추긴 내무장관 향해 비난
가족 등 참여 평화로운 분위기…반대 시위대, 경찰과 잇단 충돌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영국 현충일 주말인 11일(현지시간) 경찰 추산 30여만명 규모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가 긴장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BBC와 스카이뉴스 등에 따르면 시위대는 가자 지구 휴전을 요구하며 하이드파크에서 출발해서 남쪽으로 이동해 템스강 건너 미국 대사관을 향해 행진했다. 선두부터 끝까지 길이가 4㎞에 달했다.
영국 다른 지역에서 버스를 대절해 온 단체와 어린아이를 데려온 가족 등이 섞였으며 야당인 노동당의 현역 의원도 참여했다.
시위는 비교적 평화로운 분위기였으나 논란이 되는 '강에서 바다까지'라는 구호도 나왔다.
경찰은 하마스 머리띠를 한 2명과 반유대 구호를 이끈 10여명을 찾고 있다고 가디언이 전했다.
경찰은 다른 지역에서 파견된 800여명을 포함해 약 2천명이 동원됐다.
이날 시위는 지난달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이후 네 번째로, 주최 측은 50만명이 참가할 예정이라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최대 규모는 10만명이었다.
경찰은 이날 참가자가 30만명 이상이라고 추산했다.
이번 시위는 특히 영국의 현충일(Remembrance day)과 맞물려서 쟁점이 됐다.
영국은 1차 세계대전 휴전일(11월 11일) 무렵 주말을 현충일로 지정하고 전사자 추모 행사를 대대적으로 개최하며, 여기엔 군주도 참석한다.
일각에선 시위로 인해 런던 시내 세노타프(전쟁기념비)가 훼손되거나 추모 분위기가 흐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낵 총리도 이날 시위는 무례하다고 말했다.
이에 주최 측은 세노타프를 지나지 않도록 행진 경로를 변경했다.
그러나 수엘라 브레이버먼 내무부 장관은 한 발짝 더 나가 경찰이 이중 잣대를 가지고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에 특혜를 주고 있다고 비난하며 논란에 불을 크게 붙였다.
이에 야당뿐 아니라 여당에서도 브레이버먼 장관이 극우파에 힘을 실어주면서 갈등과 폭력을 부추긴다며 해임을 요구하고 나섰다.
경찰은 이날 시위를 금지하기엔 관련 첩보가 부족하다는 입장이었다. 다만 전날 이스라엘 대사관, 세노타프 인근, 주요 기차역 등은 금지 구역으로 정했다.
이날 상당한 규모의 반대 시위대가 등장해서 도심 여러 곳에서 경찰과 충돌했다.
이들은 도심 차이나타운 지역에서 경찰에 병 등을 던졌다. 또, 2분 묵념을 하겠다며 세노타프에 수백명이 나타나 경찰과 실랑이를 벌였다.
이들은 복면을 쓰고 잉글랜드 깃발을 들었으며 '죽을 때까지 잉글랜드', '나라를 되찾고 싶다'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경찰이 공개한 영상을 보면 이들은 경찰관들을 밀면서 "너희는 영국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경찰은 반대 시위대가 극우 단체 등 우파들의 모임이지만 응집력은 없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오후엔 핌리코 인근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대 행진 경로에서 반대 시위대 82명을 체포했다.
경찰은 이들이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대와 접촉해서 혼란을 일으키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 밖에 공격용 무기 소지, 마약 소지 등으로 반대 시위대 10명을 더 체포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반대 시위대가 모인 펍을 포위하기도 했다.
제1야당인 노동당 소속의 사디크 칸 런던 시장은 엑스(옛 트위터)에 "오늘 세노타프에서 극우파들이 일으킨 혼란은 브레이버먼 장관의 말로 인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트래펄가 광장에는 기후 운동 단체인 멸종 반란(XR)이 어린이 신발 수백켤레를 전시하고 이번 전쟁으로 사망한 팔레스타인 어린이 4천100명과 이스라엘 어린이 26명의 이름을 낭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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