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애벗 前호주총리 "호주,어떤 대가 치르더라도 대만 포기않을 것"

입력 2023-11-14 07:00  

[인터뷰] 애벗 前호주총리 "호주,어떤 대가 치르더라도 대만 포기않을 것"
"對中 군사력 증강 목표, 전쟁 아닌 억제…대만서 군사 충돌 발생하고 美 참여시 파병 불가피"
"민주-권위주의 대립 속 한국 중요성 더 커져…모범적 韓이민자 10만명, 양국관계 긍정적 영향"



(시드니=연합뉴스) 정동철 통신원 = 토니 애벗 전 호주 총리는 중국을 겨냥한 호주의 군사력 증강의 목표는 '전쟁'이 아니라 '억제'라면서도 "우리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대만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013년부터 2년간 당시 자유당 정부를 이끈 애벗 전 총리는 지난달 시드니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진행한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이같이 언급했다.
그는 "호주는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과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안보 협의체) 등을 통해 군사행동으로 중국이 치러야 하는 비용을 상승시켜 전쟁을 피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대만에서 군사 충돌이 발생하고 미국이 참전했는데 호주가 동맹국으로서 파병하지 않는다면 동맹 관계가 존속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미국과 공동 보조를 취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애벗 전 총리는 언론사 기자로 활약하다가 1992년 정계에 입문해 1994년에 하원의원에 당선됐다. 그 뒤 보건장관 등 요직을 거치고 2013년 총선에서 노동당을 누르고 승리하면서 28대 총리에 취임했다.
다음은 애벗 전 총리와 일문일답.




-- 미·중 대립이 심화 속에서 미국과 군사동맹 관계에 있는 호주는 중국과 경제를 포함한 관계 정상화를 위해 애쓰고 있다. 안보와 경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호주 노력이 얼마나 현실적이라고 보는가.
▲ 중국 정부는 무자비할 정도로 자기 이익 중심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이해와 필요에 따라 호주에 대한 우호와 적대를 선택할 뿐이다. 경제와 무역 관계도 마찬가지다. 호주가 미국의 가까운 동맹국인 한, 중국은 큰 틀에서 적대적일 수밖에 없다. 이것을 변할 수 없는 사실로 받아들여야 한다. 호주가 어떻게 행동하든 중국 정부의 적대적 태도를 바꿀 수 없다. 호주가 불필요하게 중국을 적대시하거나 자극할 필요는 없다. 사려 있는 정부라면 최소한 수사적인 차원에서는 긴장의 정도를 낮춰야 한다.
-- 현 호주 노동당 정부가 영국·미국과 새로 체결한 오커스 동맹에 의해 핵잠수함을 도입하려는 노력은 어떻게 평가하나.
▲ 2021년 스콧 모리슨 전 총리가 오커스 동맹을 발표했을 때 당시 야당인 노동당 대표인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는 즉각 지지를 표명했다. 이는 급변하는 전략 안보 환경에서, 호주가 여러 동맹국과 협력해 장기적으로 군사력을 증강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에 대해 초당적 합의가 있음을 드러낸다. 일반 국민이 이를 인식하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이다. 홍콩 민주 시위에 대한 탄압과 대만에 대한 군사 위협이 호주인들에게 상당한 경각심을 줬을 것으로 생각한다.
-- 최근 몇 년간 호주는 중국 팽창과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미국 등으로부터 대규모 전략자산을 도입하는 등 군사력 증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는 급변 사태가 터지고 미국이 참전하면, 호주 역시 전투병을 파병해 싸워야 한다고 보는가.
▲ 호주는 전쟁이 아니라 억제를 원한다. 오커스 동맹이나 쿼드 역시 잠재적 군사행동으로 중국이 치러야 하는 비용을 상승시켜 합리적인 정부라면 이를 피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대만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이 대만 해협에서 모험적 군사 행동을 한다면 그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모든 노력을 기울여 군사 충돌이라는 최악의 재난을 피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럼에도 대만을 두고 전쟁이 발생하고 미국이 참전하는데 호주가 동맹국으로서 파병하지 않는다면 동맹관계 자체가 존속되지 않을 것이다.



-- 2014년 총리 재임시 호주 브리즈번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참석하는 등 호주 내에서 중국에 대한 우호적 분위기 있었다. 당시 중국과 현재의 중국에 대한 입장은 어떤가. 다르다면 이유는 뭔가.
▲ 시 주석의 G20 공식 참석은 중국과 세계와 관계에서 정점이었다. 그는 호주 의회 연설에서 "중국은 이번 세기 중반까지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가 될 것"이라고 천명했다. 중국 정부가 말하는 '민주주의'의 의미는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연설에서 이 용어를 선택한 것은 의미가 컸다. 중국이 자유민주주의 세계의 일원이 될 것이라는 분명한 메시지였다. 그런데 그 이후로 계속 내리막길을 걸었다. 먼저 2015년부터 중국에 의해 남중국해 군사화가 시작됐다. 이어 신장 위구르 지역 인권 탄압·내국인 통제·홍콩의 민주 시위 탄압 등이 시행됐다. 거기다 대만에 대한 위협과 함께 남태평양에서도 군사적 팽창을 추구하고 있다. 중국은 확실하게 변했고 이에 따라 우리도 변해야 했다. 과거에는 중국에 대해 낙관했으나 지금은 비관적이다. 이미 중국 공산당은 모든 부분에서 견고한 통치체제를 구축한 것으로 보인다. 세계는 또 다른 냉전이라는 무척 어려운 시대로 접어들었다. 중국은 과거 소련보다 상대하기 힘든 경쟁자이며 대만이라는 즉각적 발화점까지 있어 상황이 녹록지 않다.
-- 최근 중동에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에 전쟁이 격화하고 있다. 이에 대한 견해는.
▲ 하마스의 선제 공격은 이론의 여지가 있을 수 없는 극악한 행위다. 이스라엘의 군사 대응 역시 엄중해야 마땅하고 실제로 그러하다. 이에 대해 찬반 양론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자국 국민을 대상으로 끔찍한 학살 테러가 벌어졌는데 주권 국가라면 한 뺨을 맞았으니 다른 뺨을 들이대는 식으로는 결코 반응할 수는 없다. 이스라엘 같은 문명국가는 민간인 희생을 주된 목표로 하는 테러리스트 그룹인 하마스와는 달리 이를 최소화하려고 최선을 다할 것으로 믿는다.
-- 지난 10월 15일 호주 원주민을 대변하는 헌법기구 설치를 골자로 하는 '보이스'(Voice) 개헌 국민투표가 부결됐다. 어떻게 생각하나.
▲ '보이스' 국민투표는 원주민에 대한 인식이 아니라 권력과 정부의 운영체제를 바꾸자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호주인들이 명백한 거부 의사를 밝힌 것은 정당하다. 이 결과를 호주 원주민에 대한 거부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단지 정부 운영체제의 변화에 반대 의사를 표했을 뿐이다. 이를 통해 오히려 '국민통합'을 하자는 것이다. '보이스' 투표에 찬성한 분들의 상처와 절망을 치유하고, 자녀 교육·취업·안전·질서 등 원주민의 실생활을 개선하는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앞으로 남은 과제이다.



-- 총리로 재직하면서 한국에 대해 가장 인상적인 기억이 있다면.
▲ 2014년 4월 자유무역협정(FTA)를 최종 마무리하기 위해 방한했을 때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했다. 아마 세계에서 가장 금지된 장소 중 하나인데 포대와 로켓 발사대를 보면서 군사적 위협을 실감했다. 한국전쟁 때 상황이 얼마나 심각했을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 한국 정치인 중 한 사람을 꼽으라면.
▲ 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대통령에서 물러나고 고생을 많이 한 것으로 알고 있다. 부모의 비극적 죽음 등 어려운 기억 속에서도 매우 우아한 품격을 가진 분이다. 한국 정치는 거친 부분이 많은 것 같다. 아무리 위대한 정치인이라도 현직에 있을 때는 대부분 평판이 나쁘다. 하지만 자리에서 물러나면 향수나 심지어 동정과 애정의 대상이 되곤 한다.
-- 한국과 호주 양국 관계에서 중요한 점은.
▲ 전통적으로 양국은 경제와 무역에서 서로 도움이 되는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들어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진영 간 대립이 심각해지면서 국제 안보 차원에서 한국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또한 호주에는 근면성, 가족 중심, 교육열, 창업정신을 가진 모범적인 한국인 이민자 10만명이 있어 양국 관계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



dcj@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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