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또 적자 전망…올해 7조원대 영업손실 예상
"국제유가·환율 불확실성에 흑자 지속 불투명"
가스공사 '외상값' 미수금도 15조…전기·가스요금 인상 요인 남아
(세종·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김동규 기자 = 총부채 200조원 이상의 한국전력[015760]이 전기요금 인상과 국제 에너지 가격 안정 등의 효과로 올해 3분기 약 2조원의 영업이익을 내 10개 분기 만에 흑자 전환하는 데 일단 성공했다.
하지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 등의 여파로 국제 유가 추가 인상 우려가 크고 원/달러 환율도 당초 전망보다 높게 형성돼 '반짝 흑자'에 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원가에 못 미치는 가격으로 가스를 공급하는 한국가스공사[036460]의 미수금도 15조5천억원으로 늘어나 전기·가스 요금 추가 인상 압박 요인은 남은 상황이다.
◇ 요금 인상에 에너지 가격 안정 겹쳐 '반짝 흑자'
한전은 연결 기준으로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1조9천966억원으로 작년 동기(7조5천309억원 영업손실)와 비교해 흑자 전환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13일 공시했다.
이번 영업이익은 연합인포맥스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 1조7천474억원을 14.3% 상회했다.
3분기 매출액은 24조4천700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23.8% 증가했다. 순이익은 8천333억원으로 작년 동기(5조8천842억원 순손실) 대비 흑자로 돌아섰다.
한전의 이번 흑자는 작년 이후 잇따른 전기요금 인상과 올해 상반기 국제 에너지 가격 안정 효과가 시차를 두고 반영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한전의 올해 1∼3분기(1∼9월) 전기 판매 단가는 작년 동기보다 29.8% 올랐고, 전기 판매 수익도 28.8%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기간 유연탄 가격 하락 등으로 한전 산하 발전 자회사들의 연료비는 약 2조6천600억원 감소했다.
한전은 "지난해 4월 이후 올해 3분기까지 5차례의 요금 조정과 연료 가격 안정화로 연결 재무제표 기준 3분기 영업이익이 발생했다"면서 "다만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에 따른 국제 유가와 환율의 불확실성으로 흑자 지속이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증권가는 한전 수익 구조에 악영향을 주는 고유가·고환율 환경 탓에 올해 4분기에 다시 6천억원대 영업손실이 날 것으로 예상한다.
◇ 한전, 전기요금 추가인상 희망…정부는 신중 기류
이번에 약 2조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2021년 이후 쌓인 한전의 막대한 적자를 해소하기는 부족한 수준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전후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폭등한 상황에서 원가에 못 미치는 가격으로 전기를 팔아 한전은 2021∼2022년 두 해에만 38조5천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봤다.
여기에 올해 누적 영업손실이 약 6조5천억원에 달해 2021년 이후 누적 적자는 여전히 약 45조원에 이른다.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상 한전 부채는 2027년 226조3천억원까지 늘 전망이다. 올해부터 2027년까지 5년간 한전이 부담할 이자만 24조원이다. 매일 내야 하는 이자는 130억원에 달한다.
적자 누적으로 적립금이 계속 줄어 한전이 내년부터 회사채를 찍어 이자를 갚는 길마저 막힐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정부는 지난 9일 대기업에 적용되는 산업용 전기요금만 킬로와트시(kWh)당 평균 10.6원 인상한 바 있다. 한전 수익 측면에서 이는 전체 전기요금을 kWh당 5원가량 올린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당초 정부는 한전의 누적적자 해소를 통한 재무 안정화를 염두에 두고 올해 필요한 전기요금 인상 폭을 kWh당 51.6원으로 산정한 바 있다.
이후 정부는 지난 1분기(1∼3월)와 2분기(4∼6월)를 합해 전기요금을 kWh당 21.1원 올렸다.
이달 산업용 전기요금 별도 인상까지 더해도 올해 전기요금이 kWh당 25원가량 올라 인상 폭이 당초 제시 수준에 미치지는 못해 전기요금 인상 압박 요인은 여전한 상황이다.
김동철 한전 사장은 전력 생태계가 붕괴 위험에 처할 수 있다면서 '정상화' 차원에서 전기요금을 kWh당 25원가량 더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이후에도 kWh당 20원가량의 추가 인상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다만 이번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을 빼도 지난해 4월 이후 전기요금이 약 40% 올라 국민들의 부담이 큰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한전채 추가 발행을 통한 운영 자금 확보가 불가능해지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는 수준에서 산업용 전기요금만 올리고 가정용·일반용 전기요금을 또 올리는 데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 15조 '외상값' 떠안은 가스공사…정부 "좀 더 보자"
정상적으로 영업이익을 내는 구간에 접어든 한전과 달리 밑지고 가스를 국내에 공급해 계속 미수금이 쌓이는 가스공사도 재무 위기 해소 차원에서 가스요금 현실화를 강하게 희망하고 있다.
가스공사는 13일 공개한 기업설명(IR) 자료에서 전체 미수금이 지난 2분기 15조3천562억원에서 3분기 15조5천432억원으로 1천870억원 증가했다고 밝혔다.
2019년 1조원을 갓 넘던 미수금이 15조원대까지 폭증한 것은 가스공사가 원가에 못 미치는 가격에 가스를 공급하고 나서 이를 나중에 받을 '미수금'으로 분류하는 회계 방식을 적용하고 있어서다. 현재 가스공사의 원가보상률은 80% 수준이다.
다만 가스요금 역시 전기요금과 마찬가지로 지난해부터 총 5차례 걸쳐 45.8% 인상돼 국민 부담이 큰 데다, 난방 수요가 많은 겨울철이 이미 시작돼 정부는 추가 인상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하고 있다.
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지난 13일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을 발표할 때 "가스공사의 미수금이나 재무 구조를 면밀히 보면서 종합적으로 인상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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