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인플레 압력 완화, 중국 신 사업 발전에 긍정적" 평가도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미중 간 기술 경쟁 격화 속에 중국 정부가 반도체·전기차 등 첨단 제조업 육성에 돈을 쏟아부으면서, 이들 산업의 과잉 생산품을 저가에 수출하고 나설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13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자료를 인용해 9월 말 기준 제조업 부문 대출 잔액이 전년 동기 대비 38.2% 급증했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그동안 중국 경제의 성장 축으로 여겨져 왔지만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부동산 부문의 대출이 같은 기간 0.2% 줄어든 것과 대비되는 것으로, 당국이 부동산 부문을 희생하며 제조업에 대출을 늘렸다는 것이다.
중국 국가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올해 1∼9월 첨단 제조업 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11.3% 늘어나 제조업 전체 투자 증가율 6.3%를 넘어섰다.
로이터는 또 관영매체 보도 및 정책 문서 100여건을 살펴본 결과 지방정부가 녹색발전·첨단제조업·전략산업 등에 대한 정부 대출 비중을 늘렸다는 내용이 수십건이었다고 설명했다.
중국 첨단산업 중심지 광둥성은 첨단기술 및 선진제조업에 대한 대출을 45%가량 늘렸고, 산둥성의 경우 올해 상반기 첨단기술 제조 분야에 대한 대출 잔액이 67% 급증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유럽을 비롯한 중국의 주요 교역국들이 이러한 흐름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유럽연합(EU)의 경우 중국산 전기차가 보조금을 받아 가격을 낮추는 식으로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며 지난달 조사에 나선 상태다.
옌스 에스켈룬드 주중 EU 상공회의소장은 "배터리·태양광·화학물질 등은 현재 중국 내 소비가 부진하지만 엄청난 생산과잉 상태이며, 이를 전 세계로 밀어내고 있다"면서 유럽과 중국을 충돌 직전 상태인 두 기차에 비유했다.
중국 자동차 업계 단체인 전국승용차시장정보연석회(CPCA)에 따르면 중국 자동차 업계는 지난해 말 기준 연간 4천300만대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현재 가동률은 54.5% 수준이다.
또 일각에서는 중국의 높은 성장률 유지를 위해 내수 소비 증가와 수출 비중 축소가 필요한데, 현 기조는 이러한 흐름을 희생시키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세계은행 통계에 따르면 수십년간 이어진 공급 우선 정책 속에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에서 가계 소비 비중은 2021년 38%에 불과해 미국(68%)은 물론 세계 평균(55%)에도 못 미쳤다는 것이다.
HSBC의 아시아 지역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프레더릭 노이만은 2007∼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경기 부양책에 따른 과잉 생산이 있었다면서도, 이번에는 중국 정부의 관심이 첨단 제조업 분야에 제한되어 있다는 점이 다르다고 봤다.
이어 "중국은 부동산에서 제조업으로 투자지출 방점을 옮기는 전략을 채택했고, 생산능력을 더 늘릴 것"이라면서 "건설 확대를 통해 상품 흡수를 촉진하기보다는 상품 생산 능력을 늘리는 쪽을 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유감스럽게도 세계 시장은 중국의 추가적인 생산능력을 흡수할 만한 위치에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편 흥업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루정웨이는 첨단산업 투자가 중국에 도움이 된다면서 "새로운 분야에 대한 투자는 긍정적이라고 보며, 해당 부문의 장기적 발전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노이만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생산 덕분에 세계 경제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완화할 수 있다고 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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