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소비심리지수 하락세에 국경절·광군제 소비도 부진…디플레 걱정도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중국 경제가 반등 기미를 보이다가 소비 부족으로 회복세가 탄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4일 보도했다.
중국 경제가 지난 9월 자국 제조업구매자관리지수(PMI)가 6개월 만에 경기 확장 국면에 들어선 걸 기점으로 회복 추세를 기대했으나 각종 경제 수치가 '하락세'를 보인다.
실제 전날 중국 중앙은행 인민은행 발표를 보면 자국 은행들의 10월 신규 대출 규모는 7천384억위안(약 134조원)으로, 9월의 2조3천100억위안(약 660조원)과 비교할 때 많이 감소했다. 이는 작년 10월의 6천152억위안(약 111조6천억원) 보다는 큰 규모지만, 1년 전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대출 자체가 크게 위축됐던 상황이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여론조사업체 모닝컨설트가 조사하는 중국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지난달 17일 기준으로 149.5를 기록했으며, 이는 지난 2월 이후 처음으로 150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CCSI는 소비자들에게 개인 재정 상황과 업황에 대한 기대감, 가계 구매에 대한 태도를 묻는 것으로, 100 이하로 떨어지면 소비 심리가 비관적이라는 뜻이다. 중국의 경우 이 지수가 미국과 유럽 등에 비해 높은 수준을 유지해왔으나, 하락세로 반전했다는 게 주목할 포인트다.
중국의 비지니스스쿨인 청콩대학교 경영대학원(CKGSB)이 각 분야의 성공한 개인 기업을 상대로 한 민간기업 신뢰도 조사에서도 5개월째 기준치를 하회하는 결과가 나왔으며, 이는 12년 조사 기간에 거의 없었던 일이라고 밝혔다고 이 통신은 전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0.2% 하락해 석 달 만에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중국 CPI는 7월 0.3% 하락하며 2년 5개월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한 뒤 8월 0.1% 상승하며 반등했으나 3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여기에 생산자물가지수(PPI)도 13개월 연속으로 떨어져 중국 경제의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하락)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중국 당국이 지난달 24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 6차회의에서 GDP 대비 3%로 설정했던 국가 재정 적자 규모를 3.8%로 바꿔 편성하면서까지 1조위안(약 184조원) 국채 발행 계획을 밝혔으나, 소비 수요 개선에 도움이 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당국은 4분기와 내년 1분기에 각각 5천억위안씩의 국채를 발행한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이 돈 대부분을 올해 홍수로 인한 복구 사업과 재해 예방에 주로 쓸 것이라고 용처를 정하면서, 소비 심리를 자극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중국의 황금연휴 기간인 국경절(9월 29일∼10월 6일)에 폭발적인 소비를 기대했으나, 중국인들은 이에 호응하지 않았다. 블룸버그는 국경절 연휴 여드레간의 1인당 관광 지출이 팬데믹 이전 수준보다 훨씬 저조했다고 전했다.
중국 최대 소비 성수기인 광군제(光棍節·11월 11일) 시즌을 맞아 지난달부터 이달 초순까지 진행된 온라인 쇼핑 축제가 열렸다. 이 기간의 전년 대비 매출 증가율은 3%로, 2022년의 14%와 비교하면 크게 낮은 수치라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사실 헝다(에버그란데)와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를 주축으로 한 부동산 시장 위기로 주택가격이 폭락해온 상황에서 중국 당국의 여러 부양책에도 소비 심리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에서 부동산은 GDP(국내총생산)의 20%를 훨씬 넘고 중국인 재산의 8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덴마크 단스케 은행의 앨런 폰 메흐렌 중국 수석 애널리스트는 "현재 중국에서 GDP 5% 근접 성장을 유지하기 위한 중국 정부의 지속적인 부양책이 있어야 하는 지그재그 성장을 보고 있다"면서 "부양책이 주택시장과 소비자에 집중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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