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대두 '대량 구매' 이어 관심 집중…외국인 투자요건 완화 등 조치도
(베이징·서울=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홍제성 기자 = 2017년 이후 6년여만에 방미길에 나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 방문 기간 '선물 보따리'를 풀어낼지에 관심이 쏠린다.
중국은 통상 시진핑 주석의 해외 순방 기간에 맞춰 방문국에 대한 지원계획을 발표하거나 기업 간의 대규모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상대국 환심을 사고 시 주석의 경제외교의 성과를 부각하는 데 주력해 온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우선 중국이 미국 항공기 제조사 보잉의 대중(對中) 수출 재개를 허용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블룸버그통신은 13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 중국 정부가 양국 관계 해빙 신호로 미중 정상회담이 개최되는 샌프란시스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보잉의 737맥스 항공기 구매를 약속하는 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매체들도 중국이 시 주석과 바이든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기간에 보잉 737 MAX 구입을 약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그러나 소식통들은 계약은 확정 단계가 아니며 조건에 관한 논의가 계속 진행 중이어서 정상회담 당일까지 상황이 바뀌거나 계획이 취소될 수도 있다고 신중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중국 항공당국은 2018년 10월과 2019년 3월 737 맥스 기종의 잇따른 추락 사고로 346명이 사망하자 세계에서 가장 먼저 737 맥스의 자국 내 운항을 금지했다.
여기에다 미중간 외교 및 통상 갈등이 고조되면서 보잉의 737 맥스 기종은 중국 항공사 신규 주문에서 대부분 배제됐다.
보잉 737 맥스 기종의 중국 내 운항은 다른 나라들보다 늦은 올해 1월 4년 만에 재개됐지만, 여전히 중국 항공사들은 737 맥스 기종의 신규 주문을 꺼려 사실상 '보이콧' 상태가 유지돼 왔다.
중국은 앞서 미국에서 이례적으로 많은 양의 대두(콩)를 구매함으로써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우호적인 제스처를 보냈다.
세계 최대의 콩 수입국인 중국은 최근 1주일간 국유기업인 중국식량비축관리그룹유한공사 주도로 미국에서 300만t 이상의 대두를 사들였다.
중국이 주요 수입원인 브라질산 대두보다 비싼 미국산 대두를 대규모로 사들인 점으로 미뤄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성의를 보였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중국은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최근 부쩍 외국 자본의 유치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투자 요건을 완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과 국가외환관리국은 지난 10일 '외국 기관투자자의 국내 증권 및 선물 투자 자금 관리에 관한 규정' 초안을 발표하고 각계로부터 의견 수렴에 들어갔다.
초안에는 중국 금융시장의 개방 폭을 확대하고 적격외국기관 투자자(QFII)와 위안화 적격외국기관 투자자(RQFII)에게 적용되는 행정허가 등 절차를 간소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중국 상무부도 지난 3일 상하이에서 성추핑 부부장 주재로 외국인 투자기업을 위한 원탁회의를 열어 외국인 투자자들의 애로사항 개선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 12일 보도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는 주중 유럽연합(EU) 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들이 중국의 각종 제한 규정으로 인한 애로사항을 호소하자 외국인 투자자를 차별하는 규제를 정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같은 조치는 시 주석이 APEC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진행하는 미국 기업 대표들과 만찬을 앞두고 안전한 투자처로서의 중국 시장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가 딤긴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만찬에는 미국 주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해 수백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자리를 통해 미중 기업간 추가적인 계약이 체결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시 주석은 직전인 2017년 4월 방미 때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과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휴양지인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정상회담을 통해 무역 불균형 해소를 위한 이른바 '100일 계획'에 합의한 바 있다.
이는 미국의 수출을 늘리고 무역적자를 축소하는 것이 골자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주는 시 주석의 '방미 선물'로 해석됐다.
이후 시 주석은 7개월 뒤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 당시 미중간 2천500억 달러(279조원)가 넘는 무역협정에 서명함으로써 '돈 폭탄'을 안긴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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