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지원 美부대 언급하며 대화 분위기 조성…"기존 입장 변화는 아냐"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중국이 오는 15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훈훈한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특히 양국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중국을 돕기 위해 파견됐던 미군 부대 '플라잉 타이거'(Flying Tigers·飛虎隊)가 거론되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수년간 미국을 쇠락하는 패권국으로 묘사해왔던 중국 관영 언론들이 최근 양국 간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플라잉 타이거 정신'을 다시 언급하고 있다고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시 주석은 플라잉 타이거의 조종사 출신으로 아직 생존해 있는 해리 모이어와 멜 맥뮬런에게 지난 9월 보낸 서한에서 "중·미 관계에는 새로운 플라잉 타이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도 지난달 주중미국대사가 베이징에서 개최한 행사에서 맥뮬런과 모이어를 초청해 행사를 여는 등 이에 발맞추는 모습이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도 지난 1일 시평에서 플라잉 타이거 대표단의 방중 소식을 전하며 "양국 인민의 생명과 피로 맺어진 깊은 우정을 되새기고 중미 민간 우호를 촉진하는 분명한 신호"라고 해석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중국의 이러한 메시지가 기존 입장에서 변화를 암시하는 수준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연구 단체 중국 미디어 프로젝트 이사인 데이비드 반두르스키는 이러한 언급 기저에는 긴장감이 자리하고 있다며 다른 선전전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고 FT에 말했다.
시 주석은 오랫동안 미국이 쇠퇴하고 있다며 '동쪽은 뜨고 서쪽은 쇠퇴하고 있다'(東升西降)고 말해왔다.
특히 미중간 무역 긴장이 고조되면서는 중국의 권위주의 모델이 개발도상국에 더 효과적이라며 이런 선전전을 강화해왔다. 총격 사건, 열차 탈선 사고로 인한 화학물질 유출 등 미국에 관한 나쁜 소식이 기성 언론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했다.
몇 달 전 미·중 고위급 대화 재개 뒤에도 신화통신은 미군이 평화를 파괴하고 인권을 침해한다는 식의 보도를 이어갔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미국에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이는 것은 예상보다 약한 경제 회복세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나 양국 정상회담이 미국에 관한 중국 국내 메시지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의문이다.
홍콩 링난대 장 바오후이 정치학 교수는 "두 나라의 경쟁적인 역동성은 구조적으로 정해져 있다"고 말했다.
FT는 중국 충칭에 있는 플라잉 타이거 박물관의 썰렁한 분위기를 언급하며 이는 양국 관계 복원을 위해 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은지를 보여준다고 전했다.
이 박물관 관리인은 코로나19 발발 1년 전 외국인 방문객은 최대 7만명 이르렀지만, 지금은 한 달에 겨우 10∼20명 수준이라고 전했다.
플라잉 타이거는 미국이 2차대전에 참전하기에 앞서 중일전쟁에서 일본을 견제하고 중화민국을 지원하기 위해 1941년∼1942년 비밀리에 파견한 부대다.
미국은 당시 일본과의 외교적 마찰을 피하려 군 조종사들을 민간인 신분으로 바꾸고 자원 의용군 형태로 중국에 보내 암암리에 국민정부의 항일전을 지원했다.
퇴역 장교 클레어 리 체널트가 이끈 플라잉 타이거스는 3개 비행 중대로 구성됐으며 공식적으로는 중화민국 공군 소속으로 싸웠다. 이후 미국이 일본의 진주만 공습으로 정식 참전하면서 중국에 도착한 미군에 통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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