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입장, 중동서 이해받지 못해…전통적 균형 입장과도 어긋나"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 초반 친이스라엘 입장을 취한 데 대해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 대사들이 항의성 공동 서한을 보냈다고 일간 르피가로가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파리의 한 외교관에 따르면 엘리제궁을 수신인으로 한 이 공동 서한에는 중동 및 마그레브 국가 주재 프랑스 대사 10여명이 서명했다.
이들은 서한에서 "사태 초기 이스라엘을 지지한 정부의 입장이 중동에서 이해받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서 전통적으로 균형을 잡아 온 기존 입장과도 어긋난다"고 우려했다고 이 외교관은 전했다.
이 외교관은 "이 서한은 아랍 세계 내 프랑스의 신뢰도와 영향력 상실, 안 좋은 이미지를 증명하고 있다"며 "그리고 이 모든 것이 공화국 대통령이 취한 입장의 결과임을 암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직 외교관들은 피가로에 "중동 주재 대사들로서는 전례 없는 집단행동"이라고 평가했다.
엘리제궁과 외교부는 이 서한에 대한 피가로 질의에 "기밀에 속하는 외교적 서신에 대해 언급할 게 없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발발한 이후 친이스라엘 행보를 보여왔다.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옹호하며 수시로 지지와 연대를 표시했고, 지난 11일엔 일간 르파리지앵에 게재한 서한에서 "우리 유대인 시민이 두려움에 떠는 프랑스는 프랑스가 아니다"라며 반유대주의 움직임을 비판하기도 했다.
프랑스 내 무슬림 사회에서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이후 반무슬림 행위 신고가 급증했다고 호소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프랑스 정부의 반응은 미미하다.
프랑스의 이런 태도는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거센 반발을 낳고 있다. 현지 주재 대사관들 앞에서 항의 시위가 이어지는가 하면, 한 대사는 분노한 급진주의자들로부터 살해 위협을 받기도 했다.
중동 지역에서 근무하는 한 외교관은 피가로에 "우리는 종종 대량 학살에 공모했다는 비난을 받는다"고 털어놨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가자지구 내 민간인 피해가 극심해지고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이 커지면서 최근 들어 메시지에 다소 변화를 주고 있긴 하다.
그는 최근 영국 방송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 스스로 보호할 권리가 있지만, 가자지구 내 민간인 폭격에 대해서는 어떤 정당성도 없다며 즉각적인 폭격 중단과 휴전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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