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와 드론, 지상군이 보낸 정보 수천건 실시간 취합·분석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피비린내 나는 시가전을 벌어야 할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이스라엘 지상군이 불과 보름여 만에 가자지구 북부를 사실상 장악했다.
항공기와 드론(무인기), 현장의 탱크와 군인들이 보내오는 수천건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취합·분석함으로써 최적의 판단을 내리는 체계를 갖춘 것이 작전 성공의 배경이 됐다는 평가다.
14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네게브 사막에 위치한 이스라엘군 지바티 여단 지휘통제소에선 가자지구 내 이스라엘군 병력과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의 위치를 한눈에 볼 수 있다.
가자지구 곳곳에서 수집된 수천건의 전장정보를 조합해 시각화한 것이다. 지바티 여단 소속 이스라엘군 고위 당국자는 "이 모든 것이 하나의 의사결정기구"라고 말했다.
지휘통제소 벽면의 TV 스크린에는 가자지구 거리 곳곳이 고화질로 비치고 있다.
하마스 군사목표물이 포착되면 이스라엘군 장교들은 바로 곁에 앉은 탄약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적절한 무기를 택한 뒤 현장 인근의 이스라엘 지상군이나 공군에 공격을 지시한다.
작전구역에 민간인이 있는 모습이 보일 때는 이들에게 직접 연락을 시도해 안전지대로 이탈하라고 경고하고,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이 이스라엘군 부대들 사이에 끼어들었을 때는 아군 오사를 막기 위한 전술을 전달한다.
지상군 병력이 주변 정보를 손쉽게 확보할 수 있도록 드론 정찰을 지원하는 것도 지휘통제소의 역할이다.
이와 같은 기술적 우위에 힘입어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북부 전역의 하마스 지상시설을 장악하면서도 불과 50명 안팎의 전사자를 내는 데 그쳤다.
이달 11일 가자시티 알란티시 병원에서 1천여명의 민간인이 대피했을 때도 지바티 여단 지휘관들은 드론 정찰과 통신 감청으로 하마스 무장대원이 섞여 달아나지 않는지 살펴봤다고 한다.
이곳은 이스라엘군이 병원 지하에서 하마스 지휘시설과 자폭용 폭발물 재킷을 비롯한 무기, 인질이 억류돼 있었던 흔적 등을 발견했다고 밝힌 병원이다.
WSJ은 알란티시 병원에서 총기를 휴대한 무장대원들이 빠져나와 민간인 사이에 뒤섞이는 장면이 찍힌 영상을 지바티 여단 지휘통제소에서 봤다고 전했다.
현장 지휘관들은 이들을 저격해 제거하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여단 지휘부는 민간인들이 공포에 빠질 우려가 크다며 이들이 달아나도록 놓아두기로 결정했다.
다만 이런 무장대원 중 한 명이 같은 날 어느 학교에 숨어있다가 드론 공격에 사살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로는 이들 중 상당수가 이스라엘군에 의해 추적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WSJ은 풀이했다.
앞으로 관건은 가자지구 지하에 거미줄처럼 뻗쳐 있는 하마스의 땅굴 네트워크를 어떻게 하느냐라고 한다.
하마스는 가자지구 전역에 총연장 500㎞의 땅굴을 건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전쟁에서도 땅굴에서 뛰쳐나와 대전차 로켓 등을 발사하거나 자폭 드론을 날린 뒤 퇴각하는 게릴라 전술을 구사 중이다.
현재까지 약 160개의 땅굴 입구를 발견한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지하에 숨은 하마스 무장대원들을 제압하기 위해 땅굴 지도를 작성하려 시도하고 있다.
다만 가자시티를 신속히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고 해도 이번 전쟁에서 이스라엘이 승리했다고 말하긴 이르다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기오라 에일란드 이스라엘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하마스 최고 지도부가 살아있고 200명이 넘는 인질도 여전히 붙들려 있는 만큼 국제사회의 압박으로 전쟁이 멈추기만 한다면 하마스는 당초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에 대한 팔레스타인인들의 증오를 키우는 동시에 이스라엘과 아랍권의 화해를 방해할 목적으로 이번 전쟁을 일으킨 것으로 알려졌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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