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정부·국회, LH 등 공사 적극 지원해 사업 연기 막아야"
당장 집값 영향은 미미할듯…내부 인프라 조성 필수
(서울=연합뉴스) 홍유담 기자 = 정부가 15일 경기 오산·용인·구리 등 5개 지구에 8만호 규모의 신규 공공주택지구를 조성하는 계획을 발표하자, 전문가들은 소규모라도 주택 공급 기반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사업이 지연되거나 좌초돼 정책 신뢰성이 떨어지는 상황이 왕왕 발생하는 만큼 신규 택지 조성이 계획대로 진행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필수라는 조언도 나왔다.
아울러 지구 내 교통 편의성 등 인프라 환경이 적절하게 갖춰져야 신규 택지의 발전과 유지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오산세교3(3만1천호), 용인이동(1만6천호), 구리토평2(1만8천500호) 등 수도권 3곳과 청주분평2(9천호), 제주화북2(5천500호) 등 비수도권 2곳에 총 8만호를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공급 규모가 수요를 충당하기엔 다소 부족하다고 보면서도 미래 수요에 선제 대응한다는 점에서 향후 주택 시장 안정화에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았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8만호는 지난 9월 말 주택공급 활성화 대책에서 언급된 12만호보다도 작아 수요 대비 부족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산업단지 등 해당 지역의 미래 계획에 맞춰 준비한다 계획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이라고 발했다.
이어 "용인의 경우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고려하면 인구 유입 가능성이 있으므로 주거 지역을 만드는 것이 적절하다"며 "제주도는 송파구보다 인구가 적지만, 지역 균형발전이나 제2 제주공항 건설 등 향후 계획 등에 비추어 보면 신규 택지를 조성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도 "수도권에 6만호 규모로 추진하는 것은 정책 효과를 내기에 부족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택지 공급 조치가 꼭 필요한 상황에서 입지가 양호한 지역 위주로 신속하게 정책을 발표한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 역시 "입지적으로 주택 수요가 많은 서울 근접 지역과 경기 남부 지역에 신규 택지를 조성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며 "기존 매매 시장으로 쏠리고 있는 주택 수요를 분양 시장으로 일부 분산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정책이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당초 계획대로 사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관련 공사 등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왔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현재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매우 거센데, 택지 조성과 임대 주택 공급, 주거복지 등을 해야 하는 LH가 정상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게끔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며 "집행 기관인 공사들이 적극적인 사업을 할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택지 조성과 관련해 원주민 보상도 실시해야 하는데, 최근 대부분의 공사가 부채에 시달리는 상황"이라며 "제때 보상할 수 있게 공사들의 재무 상황을 지원하고, 과도한 보상 요구에는 합리적으로 대응하는 과정도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3기 신도시도 사업이 지연되고 1기 신도시 특별법도 1년이 되도록 나오지 않고 있다"며 "이런 사례들처럼 계획이 틀어지면 정책 신뢰도는 바닥을 치게 될 것이므로 행정부와 국회가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웅식 리얼투데이 리서치연구원도 "신규 택지 후보지가 발표돼도 당장 조성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걸린다"며 "이 과정에서 종종 좌초되거나 난개발이 되는 경우도 발생하는 만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잘 협의해서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발표가 당장 집값 등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전망됐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최근 수요가 서울과 인접지를 위주로 쏠리는 현상을 고려하면 택지 개발이 당장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작아 보인다"면서도 "개발 기대감으로 매도 호가를 높이는 집주인들이 늘면서 집값은 소폭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김덕례 주택정책실장도 "단기적인 부동산 가격 영향은 없다"며 "이번에 발표된 지역들에 대한 실제 지구 지정 완료와 사업계획 승인되고 관련 기반이 깔린 이후에야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규 택지가 선호 주거지로서 인구를 끌어모으고 주택 시장을 안정화하는 영향력을 발휘하려면 우수한 인프라가 필수적이라는 조언도 줄을 이었다.
여경희 수석연구원은 "해당 지역들은 현재 주거 선호도가 그다지 높진 않아서 충분한 인프라 조성이 함께 추진돼 자족도시로서의 기반을 잘 갖춰야 수요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주변 산단과 교통 등 개발 이슈가 있어 미래 직주 근접 수요 유입이 가능하다"고 봤다.
김진유 교수 역시 "신도시에 가장 중요한 것은 내부 인프라"라며 "이번 신규 택지들의 규모가 작은 만큼 공원, 도로, 학교 등 기반 시설이 부족할 우려가 있는데, 그럴 경우 신도시로서 매력이 떨어지게 된다"고 짚었다.
고금리 장기화 등 경제 상황을 고려했을 때 실제 주택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은형 연구위원은 "현재 일반적인 아파트 건설을 위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 조달 금리가 10% 이상 수준으로 사업 여건이 굉장히 좋지 않다"며 "단순히 신규 택지만 준비한다고 해서 계획된 주택 공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향후 시장 환경이 변할 수도 있으므로 미리 신규 택지 등을 준비하고 대비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yd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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