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APEC과 구분 원했을 것…대등하단 인식 원해" 관측
6년전엔 마러라고 별장서 트럼프와 회담…산책하며 우호적 분위기 다져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15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장소로 미 언론이 지목한 파일롤리 정원은 캘리포니아 북부 해안가에 위치한 한적한 사적지다.
백악관은 회담 장소를 공식적으로 확인한 바 없지만, 미국의소리(VOA)와 AP통신 등은 익명의 고위 관료 3명을 인용, 미중 정상회담이 파일롤리 정원에서 열린다고 전했다.
VOA는 양국 정상이 업무 오찬, 정원 산책, 제이크 설리번 안보보좌관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배석하는 소인수 회담 등을 함께하며 4시간 동안 회담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VOA는 다른 관료들도 특정 사안에 대해 별도로 회동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관광지로 이름난 파일롤리 정원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남쪽으로 약 40㎞ 떨어진 태평양 연안의 외딴 지역에 있다.
2.6㎢가 넘는 면적에 조지아식 건축 스타일의 저택과 영국 르네상스 양식의 정원, 과수원과 산책로 등이 있다.
미 서부에서 골드러시가 끝난 1917년 금광 소유주 윌리엄 B. 번 2세 부부의 개인 거주지로 지어졌다가, 1975년 내셔널트러스트에 기부돼 대중에 공개됐다.
부지와 저택은 매일 개방됐지만, 지금은 휴일 장식을 위해 3일간 문을 닫는다는 안내가 웹사이트에 올라와 있다.
미중 정상회담이 샌프란시스코 도심에서 떨어진 한적한 사유지에서 열리는 것은 APEC과의 구분을 원한 중국 측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VOA는 중국 관료들이 APEC 정상회의와 분리된 장소를 요구해왔으며, 지난해 11월 정상회담 때보다 긴 회담 시간을 원했다고 VOA는 전했다.
당시 두 정상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을 계기로 두 정상은 3시간가량 회동했다.
싱크탱크 저먼마셜펀드의 보니 글레이저 인도·태평양 프로그램 전무이사는 이 곳이 APEC 주 정상회담 장소와 떨어져 있다는 점에서 시 주석의 기대를 충족시켰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글레이저 이사는 AP통신에 "중국은 별도의 정상회담을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파일롤리 정원을 두고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이 편안한 분위기에서 친밀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조용하고 한적한 장소로 보인다"며 "중요한 것은 그 장소가 APEC 정상회담과 연결되어 있지 않고, 따라서 두 정상이 APEC 다자회담과는 별개의 양자회담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시 주석은 중국인들에게 자신이 바이든 대통령과 대등하고, 미 대통령의 존경을 받는 인물로 비치길 원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텍사스대 공공정책·역사학과 제레미 수리 교수는 "이런 장소(파일롤리 정원)는 언론뿐만 아니라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많은 것들로부터도 벗어날 수 있게 해준다"고 말했다.
그는 냉전 질서 종식의 초석을 마련했던 1986년 미·소 정상회담을 언급하며,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미중 정상이 서로 신뢰를 쌓고 더 나은 의사소통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1986년 당시 로널드 레이건 미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은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의 한적한 성에서 만나, 벽난로 옆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두꺼운 코트를 입고 산책하며 관계를 다졌다.
시 주석의 미국 방문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인 2017년 4월 이후 처음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개인 소유인 플로리다주 호화 별장 마러라고 리조트로 시 주석을 초청, 1박2일간 정상회담을 했다.
대서양과 호수를 양옆으로 끼고 있어 '바다에서 호수까지'(sea-to-lake)라는 뜻의 스페인어 '마러라고'라는 이름이 붙여진 곳이다.
당시 북핵, 무역 등 각종 현안에서 팽팽하게 맞서있던 양국 정상은 리조트에서 장시간 회담한 뒤 산책을 함께하며 우호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특히 중국어를 배우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외손녀와 외손자가 참석, 중국 민요를 불러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해 주목받았다.
noma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