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손 EU 내무 담당 집행위원 "EU 법률 벗어난 문제"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이탈리아가 자국에 들어온 이주민을 제3국인 알바니아로 보내기로 한 계획과 관련해 유럽연합(EU)은 EU 역외 사안이기에 EU 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일바 요한손 EU 내무 담당 집행위원은 15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리 법무팀의 예비 평가는 이것이 EU 법률을 위반하는 것이 아니라 EU 법률을 벗어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가 하청을 주기로 한 알바니아가 EU 비회원국이어서 EU 법을 적용할 수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탈리아와 알바니아의 이주민 협정과 관련해 EU 고위급 인사가 입장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지난 6일 로마에서 에디 라마 알바니아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이주민 센터 두 곳을 알바니아에 건설하고 내년 봄부터 운영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탈리아는 이를 통해 연간 최대 3만6천건의 망명 신청 처리를 발칸국가인 알바니아에 아웃소싱할 계획이다.
이탈리아는 해상에서 구조한 이주민들을 곧바로 알바니아 서북부 항구도시 슈엔진으로 데려가기로 했다. 이주민들은 최대 28일이 걸리는 망명 신청 심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슈엔진에 지어질 수용 시설을 벗어날 수 없다.
송환 대상 이주민 수용 시설은 알바니아 북부의 쟈데르에 마련된다. 이주민 센터 건설 및 운영 비용은 모두 이탈리아가 부담하고 알바니아는 센터 외부 경비를 맡는다.
이러한 계획이 알바니아 의회의 비준을 거쳐 현실화하면 EU 회원국이 망명 절차를 비회원국에서 외주로 처리하는 최초의 사례가 된다. 이탈리아의 계획은 국제인권단체의 강한 반발을 샀고, 다른 유럽 국가들도 이를 모방할 것이라는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1년 전에는 영국이 난민을 르완다로 보내겠다고 해 논란이 됐다. 이날 영국 대법원은 이 같은 정부 계획에 대해 "르완다는 안전한 제3국이 아니므로" 위법이라는 항소심 판결을 만장일치로 인정했다.
이탈리아와 알바니아의 이주민 협정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할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이탈리아 정부가 계획 중인 이주민 수용 시설의 법적 관할권은 이탈리아가 갖지만, 알바니아 영토에 있어 법적인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국제앰네스티는 "이탈리아와 알바니아의 협약은 망명 신청자들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이들은 이탈리아 사법 당국의 감시 바깥에서 장기간 구금 및 기타 위반 행위를 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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