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기술 경쟁 속 충격적 반전"…슈퍼마켓 체인 상장도 보류
마윈 가족, 1조원 알리바바 주식매각 계획 발표도 시장 악영향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가 16일 미국의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출 통제로 클라우드 부문 분사 계획을 철회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중국 당국의 정보기술(IT) 분야 단속 완화 신호 속 지난 3월 말 그룹을 6개 단위로 분사해 키우겠다는 야심 찬 청사진을 내놓은 지 7개월여만에 주요 계획을 뒤집은 것으로 시장은 충격을 받았다.
17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알리바바는 전날 밤 성명에서 "최근 미국의 첨단 컴퓨팅 반도체 수출 통제 확대가 클라우드인텔리전스그룹의 전망에 불확실성을 안겼다"며 "우리는 클라우드인텔리전스그룹의 완전한 분사가 주주의 가치 제고라는 의도했던 효과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에 따라 우리는 완전한 분사를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했고 대신 유동적 상황 아래 클라우드인텔리전스그룹의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 개발에 집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알리바바는 지난 3월 말 회사를 6개 독립 사업 그룹으로 재편할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알리바바는 지주회사인 알리바바그룹과 클라우드인텔리전스그룹, 타오바오·티몰(전자상거래 업체), 현지생활(本地生活·배달 플랫폼), 차이냐오(스마트 물류 그룹), 글로벌디지털비즈니스그룹, 디지털미디어엔터테인먼트그룹 등 6개 독립 사업 그룹과 여러 작은 사업체로 재편될 예정이었다.
6개 그룹은 각자 이사회를 설치해 그룹별 최고경영자(CEO) 책임제를 시행하고 독립적 기업공개(IPO) 가능성도 열어뒀었다.
알리바바클라우드인텔리전스는 반도체 및 인공지능 연구부서 다모(DAMO) 아카데미를 보유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알리바바가 불과 몇 달 전 발표한 계획을 철회한 것은 기업 재편에서 큰 차질"이라며 "미중 기술 패권 경쟁 고조가 지금까지 중 가장 놀라운 기업 전략의 반전을 촉발했다"고 짚었다.
이어 "해당 결정은 알리바바가 코로나19와 당국의 기술 분야 단속으로부터 회복하려는 가운데 이뤄졌다"며 "110억달러(약 14조3천억원) 규모 클라우드 사업 분사와 상장 철회에 월스트리트의 거의 모두가 충격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알리바바가 클라우드 부문 분사 계획 철회를 발표한 후 뉴욕 증시에서 알리바바의 주가는 장중 10% 급락했다가 9% 하락으로 마감했다. 1년여만에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
이어 이날 오전 홍콩 증시에서도 알리바바 주가는 10% 급락하며 시가총액 약 200억달러(약 26조원)가 날아갔다.
노무라증권의 스자룽 애널리스트는 "클라우드 분사 취소가 부정적인 충격을 안겼다"고 분석했다.
한때 아시아 최고 기업으로 평가받으며 2020년 10월 약 8천300억달러(약 1천73조원)에 달했던 알리바바의 시가총액은 2년여 중국 당국의 단속과 경제 둔화로 현재 그의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블룸버그는 "분사 철회 발표는 알리바바에 가장 불편한 시기에 내려졌다"며 미국의 규제, 중국의 내수 둔화와 경쟁 심화 속 알리바바의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이어 "분석가들은 알리바바 클라우드 사업이 지난 수년간 둔화하며 시장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는 점, 여러 규정 위반으로 정부의 조사를 받는 점도 분사 계획 철회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지난 11일 막을 내린 중국 최대 쇼핑 축제 '광군제'에서 알리바바의 매출은 간신히 한 자릿수 성장에 그쳤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알리바바는 전날 3분기 매출이 2천247억9천만위안(약 40조2천억원)이라고 발표했다. 전년 대비 9% 성장한 것이지만 2분기의 14% 성장에는 미치지 못했다.
알리바바는 또한 온·오프라인 슈퍼마켓인 허마셴성(盒馬鮮生·Freshippo)의 상장 계획도 보류한다고 발표했다.
동시에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의 가족 신탁인 JC 프로퍼티와 JSP 인베스트먼트는 총 8억7천만달러(약 1조1천300억원) 상당 알리바바 주식을 오는 21일 매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UBS 케네스 퐁 애널리스트는 "마윈이 더 이상 알리바바 경영에 관여하고 있지 않음에도 그의 주식 매각이 투자 심리를 해쳤다고 본다"고 밝혔다.
우융밍(에디 우) 알리바바 CEO는 그룹이 클라우드 부문에 전략적 장기 투자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차이충신(조지프 차이) 알리바바 회장은 "상황이 바뀌었다"며 "AI 주도 세상에서 매우 네트워크화되고 고도로 확장된 인프라를 기반으로 본격적인 사업을 진행하려면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지금 회사는 투자를 위한 현금 제공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의 기술 싱크탱크 하이툰의 리청둥은 블룸버그에 "알리바바 클라우드 부문이 상장을 추진할 최적의 시기는 이미 지나갔다"며 "사업의 강점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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