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중국 주식 피해야 돈 버는데…영향력 매우 커 쉽지 않아"
(서울=연합뉴스) 주종국 기자 = 중국 기업들의 주가가 올해 8% 하락한 반면 중국 제외 신흥국 기업들의 주가는 8% 상승하면서 신흥시장 증시 투자자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미국과 중국 간의 긴장이 이어지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중국 리스크를 피할 수 있는 투자상품이 관심을 끌고 있지만 신흥국 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매우 커 이를 완벽히 피하기는 어렵다는 진단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 '중국 주식 피해가기 전략이 승리의 비법…하지만 쉽지는 않다' 제하 기사에서 올해 신흥시장 주식투자자들이 중국을 피해 투자하는 방식으로 이익을 얻었다고 보도했다.
중국 증시는 경제의 불안정과 해외 투자자들의 철수, 중국 내 소액 투자자들의 주식 매수 기피 등으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 주식을 제외한 상장지수펀드에 관심이 높아졌다.
중국 제외 신흥시장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를 추종하는 블랙록의 iShares ETF는 올해 들어 자산규모가 두 배 이상 증가해 현재 76억 달러(약 9조8526억원)에 달한다. 유사한 전략을 취하는 타사의 ETF들도 관리 자산이 두 배로 커졌다.
미국 연방 공무원과 군인들의 퇴직연금을 관리하는 트리프트 연금플랜도 680억 달러(88조1천688억원) 규모의 글로벌 펀드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 연금 관리위원회는 내년에 중국과 홍콩을 제외한 글로벌 MSCI 벤치마크 지수 추종 펀드로 갈아탈 예정이다.
이런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이 중국 주식에 대한 노출을 완전히 피하기는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세계 두 번째 경제 대국인 중국이 아시아와 전 세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펀드매니저들은 중국이 MSCI 신흥시장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30%이며, 중국이 이 지수에서 제외되더라도 투자자들은 여전히 중국의 경제 및 정치적 흐름에 영향을 받는다고 말한다.
자산운용사 아문디의 아시아·일본 주식 부문 부책임자 히참 라바비는 "중국을 제외한 신흥국 주식이라는 게 실제로 존재하는지 모르겠다. 여전히 중국에 매우 많이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
대만이 극단적인 예다. 10월 기준 MSCI 신흥시장(중국 제외) 지수에서 대만은 21%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대만은 중국과 미국이 군사적 충돌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화약고로 자주 거론되며, 거대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세계 두 초강대국 간의 긴장에 휘말릴 위험이 있다. 그러면서 무역의 5분의 1을 중국 본토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은 또 전 세계 국가의 중요한 무역 상대국이다. 신흥국 사이에서는 더욱 그렇다. 세계은행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은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한국의 최대 수출국이다. 이들 국가는 모두 MSCI 신흥시장(중국 제외) 지수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 주식을 제외한 펀드에만 투자하고자 하는 투자자가 선택할 수 있는 상품도 많지 않다.
파인브릿지 인베스트먼트의 마이클 켈리 매니저는 "고객들이 관심은 있지만 상품이 다양하지 않기 때문에 중국 이외의 신흥국 투자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
한편 블룸버그통신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정상 회담 직후 샤오미와 바이두, 콰이쇼우 등 중국의 IT 기업들이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라면서 양국이 인공지능과 기술 등 민감한 이슈에 대해 의견 조율을 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 기업에 대한 낙관론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satw@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