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멕시코 등서 오는 주문에 신중하라"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미중이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정상회담에서 펜타닐 같은 마약의 제조와 유통을 막기 위한 양자 협력을 재개하기로 합의한 후 중국이 자국 기업을 대상으로 마약성 물질의 생산·밀매를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1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국가마약금지위원회 판공실은 이날 공지를 통해 기업과 개인은 마약, 향정신성 물질, 전구체 화학물질의 생산과 밀매를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판공실은 또한 규제되지 않는 화학물질과 관련 장비의 판매로 외국 법 집행 기관의 '확대 관할'(long-arm jurisdiction)과 함정수사의 대상이 될 위험도 경계하라고 했다.
아울러 미국에서 통제 대상인 물질의 수입과 수출, 생산에 관련된 기업과 개인은 미국과 멕시코 같은 국가로부터의 수주에 신중해야 하며, 수출품이 불법 마약 제조에 사용될 위험을 경계하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미국에서 통제 대상인 전구체 화학물질 51종의 목록을 첨부했다.
판공실은 알약 압축 기계의 생산과 수출 같은 사업을 하는 이들도 해당 기계가 불법으로 이용되는 것을 막고 함정수사나 제재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 미국과 멕시코로부터의 주문을 신중히 처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과 멕시코 같은 특별히 고위험 국가의 법과 규정에 특히 주의를 기울여 법적 인식을 개선하라"고 덧붙였다.
중국 당국의 이런 경고는 미국 정부가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마약 대응 공조를 위해 중국 과학수사연구소에 대한 제재를 해제한 데 이은 것이다.
미국 상무부 산하 산업안보국(BIS)은 16일 중국 공안부의 과학수사연구소를 수출통제 명단에서 뺐다고 관보를 통해 밝혔다.
수출통제는 미국의 안보나 외교 정책에 반하는 활동을 하는 단체를 지정해 군사용으로 사용될 수 있는 기술과 제품 등의 수출을 제한하는 제도다.
중국 과학수사연구소는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의 인권 탄압과 관련됐다는 이유로 2020년 5월 수출통제 명단에 올랐다.
미국은 중국과 펜타닐 대응 협력을 활성화하고자 과학수사연구소를 수출통제에서 제외한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이 과학수사연구소를 수출통제 대상에 넣고서 중국에 펜타닐 관련 협력을 기대하는 것에 오래전부터 문제를 제기해왔다.
미국에서는 펜타닐 중독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다.
펜타닐은 강력한 진통제로 쓰이지만, 중독성이 강해 '좀비 마약'이라 불린다. 과다 복용 시 사망에 이르게 해 '최악의 마약'이라는 평가다.
미국으로 불법 유입되는 펜타닐은 멕시코를 거쳐 불법 유입되고 있는데, 이때 사용되는 펜타닐 원료의 주 공급원이 중국이라고 미 당국은 보고 있다.
미국은 그간 중국에 펜타닐 단속에 대한 협력을 요청하는 한편 펜타닐 등을 제조·공급한 중국 업체와 개인을 무더기로 제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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