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주 지역·의사결정 관여 정도 등 고려…개정안 연내 행정예고
내·외국인 동일 규정으로 통상문제 해결…"예측 가능성·명확성 제고"
(세종=연합뉴스) 박재현 기자 = 외국인 동일인(총수) 지정 문제 해결을 위해 관계 부처와 협의를 이어온 공정거래위원회가 내·외국인을 모두 아우르는 '동일인 지정 기준'을 마련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내·외국인 간 차별을 두지 않는 규제 적용을 통해 통상문제를 해결하고, 법적 예측 가능성과 명확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20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공정위는 연내에 동일인 지정 기준이 명시된 공정거래법 시행령을 마련해 행정 예고할 방침이다.
동일인은 기업집단의 범위와 대기업 규제 적용 대상을 결정하는 기준점이다. 공정위는 동일인이 사실상 그 사업내용을 지배하는 회사들을 하나의 기업집단으로 묶어 관리·감시한다.
현행 공정거래법에는 동일인의 정의를 따로 명시한 조항은 없다. 다만 공정위는 '실질적인 지배력'을 기준으로 동일인을 지정하고, 이를 기준점 삼아 기업집단의 범위와 대기업 규제 적용 대상을 결정해왔다.
제도 개정 논의가 본격화한 것은 2021년 쿠팡이 자산 5조원 이상의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서다.
당시 공정위는 외국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할 수 있는지에 관한 규정이 없다는 '제도적 미비'를 이유로 한국계 미국인인 김범석 의장 대신 쿠팡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했는데, 국내 기업인과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일었다.
공정위는 이를 계기로 명확한 외국인 동일인 지정 기준을 마련하기로 하고 관련 논의에 착수했지만, 학계와 관련 부처들의 반대에 부딪히면서 제도 개선에 속도를 내지 못했다.
가장 큰 걸림돌은 통상문제였다. 각종 규제의 기준점이 되는 동일인에 외국인을 지정하는 규정을 만드는 경우 외국인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차별적인 조항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칫 자유무역협정(FTA)의 최혜국 대우 규정 위반 문제로 이어져 미국 등 무역 상대국과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공정위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국인과 외국인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동일인 지정 기준을 만들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요 매출 발생 지역과 국내 거주 여부, 인사권 및 경영상 중요 의사결정 관여 정도 등의 기준을 세우고 이를 충족하는 경우 동일인을 자연인으로, 그렇지 않은 경우 법인으로 하는 방식이다.
국내에 본인 또는 혈족이 지분을 보유한 다른 회사가 없어 일감 몰아주기 등을 통한 사익 편취 우려가 없는 경우에는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연인이 있더라도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공정위는 이런 방식을 통해 내·외국인 차별에 따른 통상 문제 발생을 방지하고, 동일인 지정과 관련된 수범자들의 예측 가능성도 높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시행령이 개정되면 기존 기업 총수가 동일인에서 제외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포괄적으로 적용되던 동일인 지정 조건이 몇 가지로 구체화하면 기업들이 이에 맞춰 기업 구조와 경영 방식을 수정해 규제를 회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개정안에 혈족 관련 기준이 포함되는 경우 논의의 시발점이 된 쿠팡의 김범석 의장이 동일인 지정을 피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동일인 제도 개선 방안 연구용역을 수행한 신영수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정위의 시행령 개정 방향은 법의 예측 가능성과 명확성을 높인다는 차원에서 바람직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개정안이 '규제 완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충분한 보완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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