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주식시장이 주간 기준 3주 연속 올랐다.
미국 물가 지표가 둔화하고 시장 금리가 하락하면서 오랫동안 증시를 짓눌러 온 고금리 부담에서 벗어난 모습이다. 금리 하락과 더불어 외국인 매수세가 살아나면서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로 불안해졌던 증시 수급도 안정을 찾는 분위기다.
그러나 인플레이션과 고금리에 대한 경계감이 누그러지자 다른 한편에선 '나홀로 호황'을 구가해온 미국 경제와 전방산업의 침체 위험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든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 17일 2,469.85로 1주일 전인 지난 10일(2,409.66)보다 2.49% 상승했다. 앞서 두 주는 2.84%, 1.74% 올랐다.
업종별로는 운수장비(5.15%), 전기가스(4.09%), 건설(3.74%), 화학(3.22%), 의료정밀(3.11%), 전기전자(2.86%) 등 대부분 올랐으며, 섬유의복(-1.46%), 보험(-1.45%), 음식료품(-0.55%)만 내렸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기타외국인 포함)는 8천518억원, 기관은 1조4천78억원을 순매수하며 상승장을 이끈 반면 개인은 2조2천824억원을 순매도하며 차익을 실현했다.
외국인은 코스닥시장에서도 2천114억원을 순매수했다.
코스닥지수는 799.06으로 한 주간 1.23% 상승했다.
예상 밖으로 둔화한 미국 물가 지표가 통화긴축 정책 종료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시장 금리를 끌어내리면서 투자심리를 호전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4일 공개된 10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3.2% 상승해 시장 전망치(3.3%)를 밑돌았으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중요시하는 근원 CPI 상승률도 4.0%로 전망치(4.1%)를 하회했다.
이튿날 발표된 미국 10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월 대비 0.5% 하락해 0.1% 상승할 것으로 봤던 전문가들 전망치보다 크게 둔화했다.
이에 힘입어 지난달 5%를 넘보던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4.4%대로 내려섰다.
높은 금리는 주식 등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기업의 미래 이익에 대한 할인율을 높여 성장주와 기술주에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금리 하락은 주식시장에 호재다.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시장 금리가 급등하기 시작한 지난 6월 이후 5개월 연속 유가증권시장에서 주식을 순매도한 외국인은, 이달 들어 3조원(유가증권시장 2조4천334억원·코스닥시장 6천594억원) 이상의 한국 주식을 순매수했다.
미·중 정상회담과 미국 연방정부 예산안 협상 등 지난주 관심을 모았던 이벤트들이 큰 이변 없이 넘어간 것도 증시에 긍정적인 분위기를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인질 석방 협상으로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 수위가 낮아진 가운데 국제유가의 하락 압력이 높아진 것도 우호적인 여건이다.
이번주(20~24일) 증시는 단기 상승에 따른 가격 부담을 덜어내며 속도를 조절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3주간 랠리를 펼쳤던 미국 증시도 숨고르기에 들어가는 모습이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국의 정치적 불확실성 완화와 물가 하락에 기반한 금리하락이 주식시장에 낙관론을 불어넣고 있으나 미국 장기 국채 금리 하락이 주식시장의 상승 동력으로 작용하는 상황이 계속될 수는 없다는 점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며 "이처럼 빠른 속도의 금리하락이 계속될 수는 없기 때문인데 주식시장은 완만한 우상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나 그 속도는 점차 감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번주 큰 이슈는 없는 것 같다. 기업 실적 발표가 일단락됐고 매크로(거시경제) 이벤트도 당분간 없는 상황"이라며 "금리 변동성이 좀 있고 테마별로 주가가 등락하는 모습인데 시장 전반적으로 당분간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면서 주가지수는 정체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근까지 미국 경제지표 둔화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으로 인한 고금리 장기화에 대한 우려 때문에 호재로 여겨졌으나, 점차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 우려로 관심이 옮겨가는 모습이다.
박윤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제지표가 부진하면 금리가 떨어지면서 유동성 랠리가 나왔지만 금리가 떨어지는 건 경기가 그만큼 안 좋아질 것이란 뜻이기도 하다"며 "전반적으로 그런 우려를 반영할 시점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미국 국채 금리가 단기간에 급락하고 국제유가도 70달러 초반까지 내려왔으며, 원/달러 환율은 1,290원대까지 빠르게 내려온 상황인데 미국 나스닥지수는 전고점에 도달했다"며 "단기간의 급등에 따른 가격 부담도 반영될 시점"이라고 봤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번 주 가장 눈길이 가는 이슈는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라며 "전방기업 실적이 좋고 향후 가이던스(실적 전망치)를 잘 준다면 반도체주가 힘을 쓰면서 지수에 기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엔비디아는 한국시간 22일 새벽 3분기 실적을 공개할 예정이다.
NH투자증권은 이번 주 코스피 전망치를 2,430~2,560으로 제시했다.
이번 주 국내외 주요 경제지표 발표와 일정(한국 기준)은 다음과 같다.
▲ 21일(화) = 미국 10월 콘퍼런스보드 경기선행지수, 한국 10월 생산자물가지수·11월 1~20일 수출입
▲ 22일(수) = 미국 11월 FOMC 회의록 공개·10월 내구재 주문·10월 기존주택 판매, 엔비디아 3분기 실적
▲ 23일(목) = 미국 11월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 미국 추수감사절 휴장
▲ 24일(금) = 미국 11월 S&P글로벌 제조업·비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미국 블랙 프라이데이
abullapi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