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 "투표율 20%로 떨어질 수도"…"후보들 공약 부재·소속 당만 강조"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다음 달 10일 치러지는 홍콩 구의원 선거가 '친중 진영만의 리그'로 전락한 가운데 투표율이 시민의 무관심 속 20%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홍콩 정부는 17만 공무원에게 투표를 의무화하며 투표율 제고에 나섰다.
1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 정부 2인자인 에릭 찬 정무부총리는 전날 TV 방송에 출연해 "공무원은 투표할 의무가 있다. 그들은 대중이 투표의 중요성에 대해 알도록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투표 당일 공무원들에 유연 근무제를 적용할 것이며 출근 전 투표할 수 있고 투표에 따른 택시비를 청구한다면 그것도 괜찮다"고 밝혔다.
또 워너 척 정무부 차관은 전날 라디오 방송에서 "정부는 구의원 선거 홍보를 위해 전력 투구할 것이고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16일 중국 공산당 중앙 홍콩·마카오 공작판공실 샤바오룽 주임에게 업무 보고를 했다면서 홍콩 구의원 선거는 샤 주임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라고 전했다.
이번 구의원 선거는 중국이 '애국자에 의한 홍콩 통치'를 기조로 홍콩 선거제를 직접 뜯어고친 후 치러지는 첫 번째 구의회 선거다.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친중 진영 추천을 받아야 하고 당국의 자격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홍콩 구의원 선거는 4년마다 치러진다. 2019년 11월 거센 반정부 시위 도중 치러진 선거는 민주화 요구 속 역대 가장 높은 71.2%의 투표율 속에서 민주당 등 범민주 진영이 선출직 452석(전체 의석의 95%) 중 392석을 차지하는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선거제 개편으로 구의회는 지역 유권자가 뽑는 선출직이 88석(전체 의석의 19%)으로 대폭 감축됐다. 대신 친중 진영으로 채워진 각 지역 위원회 3곳이 선출하는 176석, 정부 임명직 179석, 관료 출신 지역 주민 대표 몫 27석으로 구성이 바뀌었다.
이번 선거에는 유권자가 뽑는 선출직 88석에 171명, 지역위원회 3곳이 뽑는 176석에 228명이 출마했다.
홍콩 제1야당인 민주당을 비롯한 민주 진영에서는 아무도 출마 자격을 얻지 못했다.
구의회의 정치적 영향력은 크지 않지만, 2019년 선거에서 민주 진영이 18개 선거구 중 17곳을 차지하는 압승을 거두자 중국 당국은 2021년 선거제 개편으로 입법회는 물론, 구의회에도 민주 진영의 출마 가능성을 봉쇄해버렸다.
이후 2021년 12월 치러진 입법회 선거는 민주 진영의 보이콧과 시민 무관심 속 역대 최저 투표율(30.2%)을 기록했다.
SCMP는 "관측통들과 일부 정치인들은 이번 구의원 선거의 투표율이 20% 정도로 낮을 수 있다고 예측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이어 "애국자만 출마하도록 바뀐 후 처음 치러지는 구의원 선거에 대한 주민의 무관심 속 출마자 약 5명 중 3명꼴로 지역구를 위한 특별한 공약 없이 모호하고 일반적인 슬로건만 내세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친중 진영 일색인 출마자들은 소속 당의 거물들과 찍은 사진을 내세우며 투표를 독려할 뿐 구체적인 정책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짚었다.
정치 평론가 소니 로는 SCMP에 "정치적 무관심이 만연해지면 정당들은 구체적 정책을 만들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며 "후보들이 소속 정당만 강조하고 정책은 제시하지 않아 유권자들이 (친중 진영 일색인) 후보들을 구분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존 번스 홍콩대 명예교수는 "홍콩 정부는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후보들이 모두 정부가 선택한 자들이라고 말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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