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PA가 가자통치"…네타냐후 "능력안돼" 반박
PA "요르단강 서안 포함한 포괄적 합의 없이 안 맡아"
과도통치 두고도 진통…'두 국가 해법'까지 걸림돌 산적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무장정파 하마스를 소탕하는 전쟁에 속도를 내면서 전후 가자지구를 누가 통치할지 관심이 쏠린다.
이스라엘은 지난달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받은 뒤 대대적인 공습과 지상군 투입으로 가자지구 북부를 거의 장악했고 조만간 지상작전을 남부로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전쟁 후 가자지구의 통치 주체가 누가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현지시간) "전후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지도부의 역할을 놓고 견해차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서방과 아랍 지도자들은 가자지구에서 전쟁 너머를 구상할 때 어떤 형태로든 팔레스타인인들의 정부가 통치하면 좋겠다는데 대부분이 동의하지만 누가 (통치세력에) 포함될지는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부연했다.
특히 WSJ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가자지구 통치를 감당할 수 없다는 데 공감대가 있지만 다른 대안도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PA는 2006년 가자지구 총선 참패 이후 하마스에 의해 축출됐고 현재 팔레스타인인들이 사는 요르단강 서안을 제한적으로 통치하고 있다.
PA가 가자지구 통치에 다시 개입할 수 있느냐를 두고는 미국 등 서방과 이스라엘, PA 등의 입장이 제각각이다.
우선 미국 등 서방은 PA가 나중에 요르단강 서안뿐 아니라 가자지구까지 통치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8일 워싱턴포스트(WP) 기고에서 팔레스타인 문제와 관련해 "평화와 두 국가 해법을 위해 노력하는 동안 가자와 서안은 하나의 통치 구조하에 재통합돼야 하며 그건 궁극적으로 PA가 다시 힘을 찾은 뒤에 맡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도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끝난 뒤 가자지구를 통치할 수 있는 세력은 PA라는 입장이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날 바레인에서 열린 연례 외교안보정책 콘퍼런스인 '마나마 대화'에 참석해 "하마스는 더 이상 가자지구를 통제해선 안 된다"며 "누가 통제할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은 오로지 하나, 팔레스타인 당국뿐"이라고 강조했다.
다수 국가에서 테러단체로 규정된 하마스와 달리 PA는 국제사회에서 인정받고 있다.
PA는 서방과 활발하게 소통하며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PA가 가자지구를 통치할 수 없다는 태도를 고수 중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현재 형태의 PA는 우리가 싸워 이 모든 것을 끝낸 후 가자지구에 대한 책임을 넘겨받을 능력이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무드 아바스 PA 수반이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을 규탄하지 않았고 PA 장관들은 이를 축하하기까지 했다면서 "가자지구에 테러를 지지하고 장려하며 가르치는 민간 당국을 둘 수는 없다"라고 강조했다.
PA의 가자지구 통치에 힘을 실어 온 미국, EU와 대립각을 세운 발언으로 풀이된다.
또 한 이스라엘군 당국자는 PA가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들이 추가로 이스라엘을 공격하는 것을 막을 안보 수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WSJ이 전했다.
PA에서 활동했던 이들조차도 PA가 가자지구를 통치할 장비를 갖추지 못하고 인기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터진 뒤 요르단강 서안에서 아바스 PA 수반을 규탄하는 시위가 열리는 등 PA에 대한 팔레스타인인들의 여론은 악화했다.
WSJ에 따르면 2013년까지 6년간 PA 총리를 지낸 살람 파이야드는 "이미 약해진 PA의 정통성은 계속된 전쟁의 압박에서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PA는 팔레스타인인들 사이에서 부패하고 무능하며 이스라엘에 지나치게 협조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요르단강 서안에서 팔레스타인인들로부터 외면받는 PA가 가자지구에서 대중적 지지를 얻기는 더욱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PA도 무작정 가자지구를 통치할 생각이 없다는 뜻을 밝혀왔다.
무함마드 쉬타예흐 PA 총리는 지난달 29일 영국 가디언 인터뷰에서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의 영토에 요르단강 서안을 포함하는 포괄적 합의 없이는 가자지구를 통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안은 해법이 필요하며 '두 국가 해법'의 틀 속에서 가자지구를 그것에 연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각각 독립국으로 평화롭게 공존한다는 '두 국가 해법'은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라는 게 중론이다.
양측이 서로 수도로 주장하는 예루살렘 문제 등 장애물이 많기 때문이다.
한편 WSJ은 미국 당국자들이 가자지구에 주변 아랍국 군대가 들어가는 방안을 공개적으로 제안했지만 이집트 등의 국가로부터 거절당했다고 전했다.
독일 등 유럽의 일부 국가들은 유엔 평화유지군이나 유엔의 위임을 받은 병력이 가자지구 통치와 안보를 돕는 방안도 제시했다고 소개했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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